본교 인스타그램 속 이미지 대체텍스트와 적절한 대체텍스트 예시
본교 인스타그램 속 이미지 대체텍스트와 적절한 대체텍스트 예시

“image of people and text.” 본교 인스타그램 ‘3∙1절 기념 이화의 독립운동가들’ 게시물 첫 장에 대한 대체텍스트다. 비장애인은 어린 유관순 열사의 얼굴과 ‘3∙1절 기념 이화의 독립운동가들’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 주어진 이미지 정보는 이게 전부다. 대체텍스트 기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가 접하는 정보와 비장애인이 접하는 정보는 사뭇 달랐다. 

 

시각장애인도 사진을 접할 수 있게, 대체텍스트

대체텍스트란 그림이나 사진 등 텍스트가 아닌 콘텐츠를 저시력자 및 시각장애인도 인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글이다. 예컨대 본교 교표 이미지를 대체텍스트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초록빛 배꽃을 형상화한 모형 안에 원형 띠 2개가 있다. 작은 원형 가운데에는 본교 건물이 그려져 있다. 원형 띠 사이에는 십자가, 한문으로 이화여대, 1886, EWHA W.U., 1945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게시물에 입력된 대체텍스트는 보이스오버(Voice Over), 톡백(Talk Back)과 같은 화면낭독기 프로그램을 통해 음성으로 내용이 전달된다.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은 2015년 모두에게 평등한 웹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웹 접근성 지침)을 공개했다. 이는 1999년에 제정된 웹 접근성 지침을 모바일 웹과 향후 개발될 기술에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으로, 장애인도 접근 가능한 웹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웹 접근성 지침에는 대체텍스트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있다.

 

자동 대체텍스트 의존하는 본교 인스타그램,

정보 전달 기능 못해 

SNS 이용이 늘어나는 흐름에 맞춰 본교 역시 페이스북(Facebook),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공식 SNS 계정을 운영 중이다.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을 위해 필수적인 대체텍스트를 본교는 적절히 활용하고 있을까. 2022년 2월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13개의 사진 게시물을 조사해본 결과 본교는 대체텍스트를 마땅히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웹 접근성 지침에 따르면 텍스트가 아닌 콘텐츠는 의미나 용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대체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본교 인스타그램 게시물 이미지의 대체텍스트는 모두 ◆자동 대체텍스트(AAT) 방식으로 생성돼 한계를 보였다.

AAT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2022년 1학기 본교 재학생의 수강신청 기간은 2월7일부터 10일이었으나 2월3일에 올라온 학사일정 게시물의 대체텍스트는 ‘3, 4, 5 1학기 재학생 수강신청’이었다. AAT의 경우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지 내 텍스트를 일부만 인식하거나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월7일 올라온 학위복 대여 관련 게시물의 경우 ‘연장 및 추가 접수 불가’ 중 ‘연장’만 읽어냈다. 2월23일 게시된 본교 내 코로나 검사소 이미지는 사진 속 텍스트와 간판을 구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간판 속 ‘Ewha Safe Station’ 중 ‘Sta’만 인식했다. 2월8일에 올라온 입학식 남성중창단 게시물과 2월25일 입학 축하 게시물 첫 페이지의 경우에는 사진 속 텍스트를 아예 인식하지 못했다.

이미지 자체가 내포하는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점도 개선이 시급하다. 웹 접근성 지침에 따르면 대체텍스트는 의미가 있는 배경 이미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2월27일에 올라온 고(故) 이어령 선생의 부고 게시물은 ‘image of people’ 정도의 설명만 제시된다. 칠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故) 이어령 선생과 제자들의 따스한 분위기는 장애 학생에게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다. 

 

배리어프리를 위한 대체텍스트, 직접 입력할 필요 있어 

시각장애학생 이채은(국문∙19)씨는 평소 SNS에서 대체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아 겪은 어려움을 떠올렸다. “대체텍스트가 없으면 그냥 ‘사진’이라고만 읽어줘요. 게시글에 설명조차 없을 때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죠.” 이씨는 AAT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AT가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게시자가 대체텍스트를 직접 써줘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진행한 장애인식개선 캠페인 2기 기획단에서 대체텍스트 관련 업무를 전담한 현정아(사교∙17)씨는 “콘텐츠 제작 이후 게시물을 올릴 때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이 이미지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를 충분히 고려해 대체텍스트를 작성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화면낭독기가 대체텍스트 외에도 여러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사진 설명 시작’, ’사진 설명 끝’을 대체 텍스트 앞뒤로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사진 설명의 시작과 끝을 적지 않으면 게시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수, 본문텍스트가 구분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설명이 이어지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혼동을 준다는 것이다.

본교 SNS를 관리하는 홍보실 관계자는 현재 “게시물을 올릴 때 본문 글과 태그로 핵심정보를 같이 게재하고 있다”며 “그림 설명은 따로 덧붙이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이어 “향후 게시글과 태그를 통해 전달되지 않는 주요 정보가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 필요한 경우 대체텍스트도 같이 입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체텍스트, 대학가 전체적으로 개선 필요해

대체텍스트의 필요성이 대두됨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 건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3월16일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확인해본 결과 모두 AAT만 활용할 뿐 직접 대체텍스트를 입력하는 학교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의 박소정 정책기획국장은 “배리어프리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대학가의 경우 다른 계정들에 비해 대체텍스트가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이 대체텍스트 기능을 많이 활용해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사용자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자동대체텍스트(Automatic Alternative Text):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사진을 분석해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 자동으로 생성되는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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