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에서의 깻잎반찬과 온라인상의 깻잎논쟁. 공감의 힘과 깻잎 떼어주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하겠지만 이 장면이야말로 공감의 상황이 잘 반영된 사례이다. 영화에서는 마주앉은 상대방이 깻잎을 떼어내기가 어려운 것을 알고 그 난감한 느낌을 교감한 후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난감했을지 상대방과 똑같이 느낄 수 있었기에 그런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화를 감상하고 있던 우리도 비슷하게 그 감정을 느꼈다. 이것이 공감이다. 반면 깻잎논쟁에서는 공감을 해야 할 대상이 깻잎을 떼어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내나 남편, 남친이나 여친 등 나의 행동에 영향을 받을 나의 파트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깻잎을 떼어주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입장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깻잎논쟁에서는 내가 교감하고 공감한 결과를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대상이 깻잎절임반찬을 먹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깻잎 떼어내기를 도와주어야겠다고 판단했을 때 나의 파트너가 갖게 될 감정과 생각에 대해 공감을 한 뒤 행동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감이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에 담긴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여 객관성을 유지한 채 소통하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단순히 느끼기만 하는 동정과 달리 공감에는 느끼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즉, 소통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소통하지 않는다면 공감이 아니다. “아, 정말 공감된다.”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말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공감에 관한 표현이나 상황은 아주 많다. 인터넷에 공감을 쳐서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문건들과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공감은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우리의 옛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천 냥이라는 고액을 빌려간 사람이 갚을 수 없는 사정에 관해 이야기를 했을 때 돈을 빌려준 사람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빚을 탕감해주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 상황에 놓인 사람에 대해 공감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일 것이다.

시민의식의 척도이자 잣대가 된 공감은 이렇게 꽤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어린아이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본다면 누구나 구하려 할 것이다. 맹자의 말이다.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라는 뜻의 ‘서恕’는 평생 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공자의 말이다. 이 둘 다 공감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헤아려 행동으로 옮기는 공감을 해내려면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우선되어야한다. 리프킨은 자신의 취약함과 고통을 인정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취약함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고 하였다. 스스로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과의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은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힘을 발휘해왔다. 2년이 넘는 기간 코로나19로 인해 두렵고 힘든 시기에도 보건의료분야와 사회복지분야 종사자들은 환자 또는 서비스 이용자에 대해 그들이 처한 상황, 감정, 그리고 생각을 비슷하게 경험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자리를 지켰다. 사회복지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제약 속에서 사회복지기관 이외에 달리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이용자들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공감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절대적인 책임감으로 전환되어 혼신의 힘을 다하며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하였다. 이것이 공감의 힘이다.

공감은 타고나는 인성적인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고 계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돕고 싶은지, 상대방이 기쁘거나 슬프거나 고통스러워할 때 비슷하게 느끼는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느낄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이나 가치관이 나와 다르더라도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지,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경청할 수 있는지, 상대방의 견해를 고려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한 것을 전달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면 나의 공감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계발하면 된다.

공감력을 갖추는 것에 머무르면 그것은 공감이 아니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공감은 소통을 해야 진정한 공감이다. 다시 깻잎논쟁으로 가보자. 파트너에 대해 공감을 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깻잎 떼는 것을 도와주었다면 논쟁은 없었을 것이다. 비록 논쟁이 있었다 하더라도 ‘나-전달법’을 사용하여 논쟁에서 내가 느끼고 생각하게 된 바를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소통하였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파트너의 감정과 생각을 배려하지 못한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영향을 깨닫고 파트너에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분명 논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공감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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