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유리천장은 아직도 굳건하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성별 간 임금 차이, 경제활동 참여율, 의회 및 관리직 내 여성 비율 등 10가지의 지표를 통해 산출한다. 2021년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29위를 기록했다. 10년 연속 최하위권이다. 순위가 낮을수록 직장 내 여성 차별이 심하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여성이 불평등한 취급을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평등하다면 유리천장의 원인은 여성 개인의 능력 부족일까. 2020년 기준 전체 공무원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임에도 3급 이상 고위공무원 중에서는 8.5%만이 여성이라는 사실도, 여성들이 고위직을 맡을 만한 업무적 역량이 없기 때문인가. 여성의 승진을 막는 법적 제도는 없다. 그럼에도 2021년 한국 상장법인의 여성 임원 비율은 5.2%에 불과하다.

평생을 기울어진 비탈에서만 살다 보면 그것이 기울어진 줄도 모른다. 비탈길의 꼭대기에 자리 잡은 강자에게 ‘차별은 없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판단은 차별 받아온 당사자들의 몫이다. 그러므로 여성들에게 물어야 한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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