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새학기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어느새 몇몇 수업들은 과제와 발표 공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네요. 독자 여러분께서도 학교 생활에 무탈히 적응 중이시겠지요? 모두들 모쪼록 새학기의 첫 단추를 잘 꿰고 계시길 바랍니다. 

영영 안전할 것만 같았던 학보실에 지난 주 코로나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학보 구성원 중 확진자와 유증상자가 생긴 것입니다. 이내 대면으로 작업을 계속 진행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사실 요즘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이나 메신저앱을 사용해 재택에서 근무를 진행하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상용화됐지만 그동안 학보는 대면 마감 시스템을 유지해왔습니다. 매주 수요일 밤 기자들은 학보실에 모여 각자의 기사를 고치고 피드백을 주고받았어요. 물론 대면 방식을 줄곧 고집해온 데에는 피치못할 이유도 존재했습니다.

기사의 경우 미세한 표현, 예컨대 반점 하나의 유무가 작지 않은 뉘앙스 차이를 좌우합니다. 그렇기에 문장 한 개를 완성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고, 단락 한 개가 온전히 제 모습을 갖추는데 새벽이 통으로 필요할 때도 더러 있습니다. 하나의 기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편집자와 기자는 최소 몇십, 몇백 번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라니, 심장이 쿵 떨어졌습니다. 제일 먼저 뇌리에 스친 생각은 “비대면으로 할 수 있을까”였지요. 새벽동안 봐야할 기사는 총 16개. 개중에는 분량이 큰, 제법 굵직한 기획 기사들도 몇몇 존재했습니다. 하필 이번주는 객원기자까지 참여해 마감을 함께하기로 한 상황.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지만 별 수 있나요. 발행을 쉴 수는 없었고 마감은 어떻게 해서든 진행돼야 했습니다. 결국 울며 겨자를 먹는 심정으로 비대면 마감 공지를 올렸어요. 메신저에서 갑자기 사라지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한마디도 잊지 않았답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전면 비대면 마감은 어려웠어요. 데스크가 얼굴을 맞대며 소통하지 못하니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새벽 두 시, 완고가 난 기사는 겨우 다섯 개 남짓. 점점 초조해졌고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결국 새벽 7시 정도가 돼서야 겨우 편집을 마칠 수 있었어요. 정말 ‘하얗게 불태운’ 하루였습니다.

당시에는 너무나도 정신이 없어 그저 별 잡념없이 편집에만 집중했지만 이제야 회고해보니 꽤 배울 지점이 많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무사히 편집을 마쳤기에 할 수 있는 결과론적 발상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곱게 포장해보자면 일단 되는 데까지 최대한 노력해보는 것, 어렵다고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 결과의 승패를 따지기 전 무모히 도전해보는 것의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이것도 해봤는데 그걸 못하겠어?’의 ‘이것’ 정도 되는 경험이랄까요. 

앞으로도 코로나는 한동안 더욱 기승을 부리고 우리를 못살게 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대학보는 최악의 순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저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어쩌면 ‘불가능한 도전’을 통해 예상치 못한 도약을 이뤄낼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도 해봅니다.

독자 여러분도 비록 힘든 시기지만 함께 이 순간을 끝까지 버티시고 결국 건승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이기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 과정이 더 큰 성장의 계기가 될테니까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용기있게 맞설 수 있으시기 바랍니다. 더 좋은 기사, 더 인간적인 기사, 더 우수한 기사로 저희는 묵묵히 옆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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