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노동운동을 내다본다-정세전망과 노동운동 발전방향」심포지움

‘신한국과 함께 위기 극복을 마음에 세기면서 21세기 세계무대로 나아가자’라는 언어의 마법은 한국 자본주의 정권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대단결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자는 21세기 미래의 첨단화를 낙관적으로만 보기 전에 현실의 노동작업장에 존재하는 사회적 합리성의 희생을 주목해 본다.

이에 노동조합·기업경영분석연구소와 산업노동학회가 1월28일(화)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움은 이같은 현실에 발을 딛고 선 우리가 노동운동을 어떤 시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진지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움은 ‘21세기 노동운동을 발전방향’이라는 주제 아래 이데올로기적·경제적·정치적 부문에서의 정세파악과 함께 노동운동의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로 진행됐다.

‘한국경제의 위기와 위기론’을 발표한 김성구교수(한신대 국제경제학과)는 위기론을 대명제로 탈규제 및 임금가이드 정책을 주장하는 관변 경제학자들의 자가당착적 모순을 지적한다.

“전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고 있는 위기론의 타계책이 공공기업의 탈규제라면 이는 시장경제의 원할한 작용을 진보적으로 이끌어내는 공공부문의 원형적 기능조차 부정하는 것”이라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적 이윤’을 담보로 주류경제학자들이 국제경쟁력 강화를 주장하는 것 역시 그들이 전제하는 교환시장경제 논리의 자체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교환경제는 초국가적·초역사적인 시장을 상정하므로 국제경쟁력 강화론이 전제하는 국민 단위의 경제개념은 여기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교수는 한국 경제 구조를 일반론족 토대에서만이 아니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메카니즘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점 지적이 부재한 채 ‘위기의 중요성’만을 반복하는 현정권의 신보수주의 전략을 비판해 나갔다.

이러한 자본의 신보수주의적 전략은 구체적으로 작업장에서 유연화전략과 일체화전략으로 대변된다.

‘21세기 작업장 체제와 노동-유연화전략과 노동자의 생활을 중심으로’를 발제한 한국노동연구원의 강수돌박사(독일 브레멘대 경영학)는 “홉스의 ‘만인의 투쟁’패러다임에서 비롯된 승자 독식주의 21세기 작업장의 대표적 철학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강박사는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기업-국가와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게 하는 일체화전략 및 주변부 노동자의 효과적 활용이라는 유연화전략이 작용됐을 때의 경제적 합리성에 가려질 사회적 합리성에 주목한다.

과연 잔재적 이익 뒤에 존재하는 각종 불완전 고용·노조활동 가능성의 배제,그리고 일용노동자가 ‘삐삐타임’에 의해 자신의 노동속도 자유의지조차 말살 당할지 모를 미래 작업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따라서 21세기의 노동운동 역시 현재의 정세와 결코 떨어져서 진행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에 잘못된 현실모순에 대한 대항 노력, 87년 6월항쟁 이후 현재까지 조직적으로 발전된 국민적 개혁 성과의 평가와 함께 노동조합운동의 정치적 개입의 강화를 위한 구체적 대안이 이후 토론회를 통해 모아졌다.

사회 변혁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위기론과 그 기저에 흐르는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를 짚어 보아야 함은 비단 노동계에 국한되지만은 않은 것이다.

‘경영합리화’의 대상을 경영자의 관점에서만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관점에서 재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말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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