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의 미래를 본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붙은 전자렌지·세탁기는 그 이름만으로도 부가가치를 지닌 상품이 되어 쏟아져 나온다.

또한 축구경기에서 칙까지 할 수 있는 로봇이 발명되기도 한다.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갖가지 상품들은 그 근간을 ‘인지과학’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의 근간을 이구는 기계와 마음을 연구하는 인지과학분야의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일고 있다.

인지과학의 연구대상인 마음을 알고자 하는 노력은‘학문’이라는 것이 시작되던 때부터 최종적 목표라 할 수 있는 인간이해를 위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속돼 왔다.

심리학에서부터 철학·언어·신경과학·인공지능까지 각각의 학문들은 결국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인지과학’이라는 한 분야로 통합되기에 이르른다.

이는 이미 컴퓨터의 등장으로 기계의 지능소유가능성을 엿보게 된 각 분야별 학자들이 ‘지능’,‘마음’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에 대해 학문간 소통의 중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지과학은 심리철학에서 마음의 본질과 현상의 논증을 위해, 언어학에서 언어의 작용을 기호로 개념화하는 것에 관해, 인공지능에서 인지적 행동의 프로그램화를 위해 다각면으로 전개돼 왔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임도형씨(연세대 과학원 인지과학과 석사 3학기)는 “마음을 탐구하던 개별적 학문들의 연구는 상충적이기 보다 상호보완적 성격을 지닌다”며 “인지과학은 이런 관계를 통해 인간마음의 작용에 한발짝 다가가려는 학제간의 노력”이라고 밝힌다.

즉 인지과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단절된 전문화를 넘어서 총체적 방향에서 사고하는 학문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최근 5~6년전 인지과학분야가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부산대의 대학원이나 대학학부과정에 개설됐다.

본교에서는 아직 정식 교과과정은 없으나 대학원 철학과 소흥렬교수의‘인지과학세미나’라는 모임에서 각각 전공분야를 통해 인지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이 모임에는 철학·심리학·건축학 등의 연구자들의 참가 중이다.

초기 과학적 측면에서의 인지과학은 컴퓨터의 지능성 발견에서 시작한다.

수리논리학 측면에서 인지과학을 연구하는 현우식씨(연세대 대학원 인지과학과 박사4학기)는 지능에 대해 “초기 과학자들은 지능을 수리·언어처리 등 과학적 접근이 간으한 부분에 한정했으나 현재는 이를 확장시켜 창의력이나 예술적 감각,직관력까지도 포한하고 있다”라고 정의하며“인지과학은 이를 바탕으로 해서 마음을 기호체계로 구성할 수 있는, 즉 사고나 지각등의 인지과정을 기호로 조작하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마음의 작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이론의 부재가 연구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인문학적 관점에서는 논리적 두뇌의 활동보다 마음의 비형식적인 측면을 인정하는 연구를 통해 인간의 마음에 접근한다.

본교 인지과학세미나모임의 김효은씨(대학원 철학과 심리철학전공 박사 4학기)는 “과학분야에서는 의학의 신경작용이나 공학의 인공지능처럼 뇌의 정보처리과정을 인지의 근본으로 보는 상향적 연구가 이뤄져왔다”며 “심리철학이 주목하는 부분은 과학적 이론을 토대로 마음의 기호처리과정, 즉 비형식적 논리를 개발하려는 하향적 연구”라고 밝힌다.

인문학적 관점에서도 아직 마음의 비형식적 논리 개발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된다.

따라서 마음의 복잡성과 이론의 부재라는 상황은‘기계가 인간의 마음을 지니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언젠가 기술이 발전되면 가능할 것이다’라는 논쟁을 당분간 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지과학에 있어 마음이 아무리 복잡하고 기술적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만 하다.

가까이 첨단기술의 발명과 일상생활속에서의 인공지능 가전제품 및 교육시스템의 응용 등과 함께,학문적 측면에서 인간의 마음을 알아가려는 통합적 연구란 결국 인간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김효은씨는 “마음을 아는 것은 인간을 아는 것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우주나 세계를 아는 것”이라고 인지과학의 가치를 말한다.

어느 학자의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것은 세계를 탐구하는 매듭’이라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학문이 태동되던 시기부터 인간은‘소우주’라고 불리우는 인간 자신을 탐구하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인지과학 역시 이러한 개별적 노력들을 연결, 소통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마음의 비밀을 찾아 학문의 영역을 넘어 세계의 매듭을 풀려는 인지과학의 노력은 곧 우리 인류전체와 우주를 이해하는 한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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