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통일을 대비해 진행돼 온 남북한 연구는주로 정치적인 접근이 주류를 이룬 작업이었다.

반면 9일(월) 한국여성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학술제 ‘통일을 대비한 남북한 여성의 삶의 비교’는 남북한 연구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는점에서 주목을 끈다.

통일을 대비해 한민족의 삶을 연구하는 것은 통일은 체제나 정원의 통합보다는 삶의 통일임으로 통일 후 사회의 갈등은 추상적인 이념보다 일상적 삶에서의 이질성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특히 남북한 여성의 삶을 연구하는 것은 통일한국의 바람직한 모델을 찾는 작업에서 전통적인 가부장제를 극복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살려내기 위한 노력이 간과되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연구원장 이배용교수(사회학과)는 “남북한 여성의 삶에 대한 비교연구는 통일 이후 우리가 직면해야 할 당면과제인 민족의 상호재적응을 위한 과정에서 상호이해의 기반을 마련하는데에 기여한다”고 밝힌다.

이는한국여성연구원이 지속적으로수행해온 재외동포 여성과 북한여성의 통일의식에 대한 연구의 후속작업으로서 남북한 비교연구의 최초의 여성학적 접근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이번 학술제에서 비교·분석되는 남북한 여성의 미시적인 생활상은 거시적인 역학구조 속에서 상호조명된다.

박은정교수(법학과)는 여권신장 및 여성해방의관점에서 북한의 법체계 및 법이론을 분석하며 김애실교수(한국외대 경제학과)는 남북한의 상이한 경제체계가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김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남북한 여성 노동력이 국가의 경제논리에 착출되는 양태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는 통일후 확보될 여성노동력에 대한 경제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이배용교수는 통일원과 일본에 있는 통사 중심의 문헌고찰을 통해 역사서술속에 나타난 남북한 여성의 삶을 비교, 분석한다.

이는 같은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고 있는 북한에서의 여성사 서술을 파악하여 바람직한 여성사 서술의 학문적 합의를 도출해 보려 하는 것이다.

이외도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각 집단에 따라 형성되는 의식과 생활양식의 총체인 생활 문화에 대해서는 남북한 여성의 삶의 질과 연결돼 박혜란씨(한국여성연구원)에 의해 발표되며 구체적인 삶과 행위의 준칙이 되는 윤리관에 대한 논문도 이상화교수(철학과)에 의해 발표될 예정이다.

윤리·법·역사서술·경제체제·생활문화 등에 걸쳐 남북한 여성의 삶이 어떻게 다르며, 어떤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이번 학술제는 5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쌓여온 남북간의 괴리를 파악하고 그것을 좁혀 가려는 보다 현실적인 통일 준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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