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상 70명 미만 정원 수업은 대면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수민(중문·17)씨는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 학기만큼은 대면으로 다니고 싶다는 생각에 1년간 휴학을 택한 이씨는 이번 학기 복학했다. 그러나 대면수업 위주의 학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이씨의 예상과는 달리 수강정원이 70명 미만인 수업 중에서도 대면 선택이 가능한 과목은 많지 않았다.

본교 정상화 방침에 따라 2022학년도 1학기부터 대면 방식 선택이 가능한 수업 기준이 기존 ‘수강정원 50명 미만’에서 ‘70명 미만’으로 확대됐으나 여전히 많은 수업들은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씨가 재적 중인 인문대 교과목의 경우 수강정원 70명 미만인 수업 중 수업 방식이 이미 비대면으로 확정된 수업의 비율은 약 38.7%에 달했다.

이에 대면 선택을 원하는 학생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ㄱ(경영·20)씨는 정원 35명인 강의를 수강하지만 이미 수업 방식이 비대면으로 확정돼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ㄱ씨는 “강의계획안에 비대면 진행에 대한 언급이 없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신청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돼 비어있는 강의실 <strong> 출처=이대학보DB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돼 비어있는 강의실 출처=이대학보DB

 

대면 선택했는데 비대면 권유받는 경우도

남유정(휴먼바이오·21)씨는 비대면을 희망하는 교수자의 권유로 전공 수업의 대면 수강을 포기했다. 해당 수업의 교수자는 “대면을 희망하는 학생은 다른 수업을 들으라”며 자신의 수업은 전면 비대면으로 이뤄질 예정임을 공지했다.

ㄴ(독문·20)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면 수업 방식을 선택한 ㄴ씨였지만 교수자의 권유로 선택을 변경하게 된 것이다. ㄴ씨는 “교수가 적은 대면 선택 인원, 코로나19의 빠른 확산 상황, 혼합 수업 방식의 문제 등을 들어 비대면으로의 선택 변경을 권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교수의 설명에 납득해 선택을 정정했지만, 학생의 대면 수업 선택권이 정말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본교에서 수강정원 70명 미만인 수업에 한해 혼합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만큼 대면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선택권이 존중받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화미디어센터에서 본교 학생을 대상으로 2월11일~17일 실시한 ‘2022 이화미디어 센터 언론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37명 중 약 60.3%가 “수업 방식 선택 과정에서 교수가 비대면 수업 선택을 권유한 적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 중 52%는 교수자의 결정에 시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편 수강생이 교수자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천윤빈(독문·19)씨는 신청한 수업이 모두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확정돼 아쉬움을 느꼈다. 그는 수업이 대면일 때 학생들의 참여도와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점, 수업 분위기 또한 더욱 긍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교수자에게 혼합 수업을 건의했다. 천씨는 “확산세에 따라 대면으로 다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안내하는 교수자도 있었다”며 “어서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교무처의 입장은

교무처 수업지원팀 관계자는 “(교무처는) ‘수강정원 70명 미만’ 기준을 근거 삼아 원칙대로 수업 방식을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교무처가 교수의 결정을 통제할 권한은 없기에 교수자의 재량에 따라 수업 방식이 확정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수업 방식 선택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교수들은 어떤 입장일까. 본지는 교수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강정원 70명 미만임에도 전면 비대면 방식을 택한 교수 9명에게 메일을 통해 질문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안창림 교수 (물리학과)는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교수나 학생의 건강이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며 “(대면 방식 진행이) 차후 연구 및 교육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교수들은 토론 및 발표 수업의 경우 수업 방식의 혼용이 학생 간 소통의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제2외국어 강의의 경우 마스크 착용으로 발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비대면 방식 확정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은경 교수, 조효진 교수(영어교육과)의 <Practical English Grammar>와 같이 여러 분반이 개설된 수업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특정 분반만 비대면 방식으로 개설하기도 했다.

강의실의 문제로 비대면 수업 진행이 확정된 강의도 있었다. 이건정 교수(간호학부)에 따르면 간호대 수업이 이뤄지는 헬렌관에는 학생 간 거리두기가 보장되는 강의실이 하나 뿐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간호대 차원에서 학부 강의는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일부 교수들은 대면 수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이경림 교수(약학부)는 “한시적 비대면일 뿐”이라며 추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면 수업을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수업 방식을 전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윤수정 교수(뇌인지과학부) 역시 “부득이하게 줌(Zoom)을 통해 실시간 화상으로 모둠 토의 및 팀 발표 등을 진행하나,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대면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