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사회학’주창자 페터 지마 방한

오늘 날 문학제도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요한 물음 중의 하나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설이 더 이상 가능한가’하는 물음이다.

이러한 물음과 관련해 페터 지마의 텍스트사회학은, 사회현실이 언어층위로 매개되는 양상이 20세기에 이르러 그 이전과는 달리 어떻게 변화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서사의 위기를 야기하는가 하는 점을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마의 텍스트사회학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에서부터 루시앙 골드만의 ‘소설사회학을 위하여’로 이어지는 소설연구방법론의 계보를 잇고 있다.

골드만의 방법론이 근대자본주의사회를 지배하는 원리 즉 ‘교환가치에 의한 매개’라는 경제적 개념을 소설분석에 적용해 소설구조와 사회구조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매개장치 없이 소설구조를 사회구조의 등가물로서 파악하는 도식적 한계를 드러냈다면 지마의 텍스트사회학은 소설사회학이 제기한 물음들을 텍스트생산의 층위로 확장시킴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텍스트사회학적 논의를 위한 최초의 작업은 이데올로기 개념을 담화적 층위에서 새롭게 정의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이데올로기와 서사적 층위 사이의 접합점을 마련하기 위해 텍스트사회학은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을 특정한 사회체계내에서의 적실정에 따라 생산된 언어로서 파악하는데 이 때 이데올로기는 이분법적 대립에 기포하여 담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담화를 분파성에 기초한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모든 담화들이 주장하는 보편성이란 결국 이데올로기적 담화와 비판적 담화로 구분하는데, 전자가 자신의 분파성을 보편성으로서 위장하려는데 반해, 후자는 스스로에 대해 거리를 취하며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테마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담화의 구분은 전통소설과 현대소설을 구변하는 잣대가 된다.

20세기 이전의 전통소설들이 이분법적 대립구조를 기초로 하며 자신의 보편성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는다는 저에서 이데올로기적이라면, 20세기 이후의 소설들은 이 시히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시장경제의 원리 즉 교환가피에 의한 매개의 원이에 기초한 ‘양가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러한 양가성을 통해 전통적 서사구조에 맞선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 비판적인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현대소설이 갖는 이데올로기적 비판 태도랑 궁극적으로는 이데올로기에 근거하고 있는 소설이 소설 자신에 대해 행하는 자기비판이다.

문제는 소설이 이데올로기에 맞서기 위해 비판적 도구로서 도입한 양가성 즉 매개의 원리가 소설발전의 일정한 단계에서는 비판기능으로서 작용하지만, 매개의 과정이 점치 심화되어 양가성이 ‘무차별성’으로 이행하는 단계에서는 기존의 소설이 의존하고 잇던 이데올로기적 토대 즉 서사구조가 붕괴되면서 비판기능마저도 멈추게 된다는 점에 있다.

왜냐하면 모든 의미추구(이데올로기)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무차별성 아래서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소설의 비판, 즉 소설의 자기반성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비판의 대상으로서의 체제를 인정하는 결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텍스트사회학은 소설의 위기하는 물음에 대해 직접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텍스트사회학은 소설의 발생시기부터 오늘낭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메타반성적인 입장에서 되짚어 보면서 이 물음과 관련된 담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소설은 여전히 살아있고 ㄸH 그렇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이 우리에게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는 유르겐 베커의 냉소적인 물음은 따라서 소설의 종결점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담화를 위한 출발점을 제시한다는 역설적 의미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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