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is everywhere!”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본교 재학생 또는 졸업생을 발견한 학생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2021년 2학기까지 비대면 대학 생활이 이어지면서 해당 문구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학업에 임하는 학생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하게 됐다. 본지는 지방에 거주하며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 화면 너머로만 학교를 접한 이화인들의 애환을 들어봤다.

비어있는 ECC 강의실 모습 <strong>출처=이대학보DB
비어있는 ECC 강의실 모습 출처=이대학보DB

왕복 8시간, 15만 원짜리 대면 시험

"비대면 강의라 시험도 비대면일 줄 알았는데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시험 방식을 결정한다는 방침은 일면 공평해 보였다. 하지만 지방 학생들에게는 시험 방식의 불확실성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시험 방식이 공지될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은 물론 대면 시험과 교환하는 시간과 체력의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강서진(특교·21)씨는 2021년 1학기부터 2학기 중반까지 본가인 경남 진주에 거주했다. 강씨는 당시 수강하던 교양 과목에서 대면 시험 공지가 떠 당혹스러웠던 순간을 회상했다. 강씨는 “학교 근처 호텔을 잡아서 시험을 보려고 했다”며 “학교까지 왕복 8시간이 걸려 막막했다”고 말했다. 시험 직전 코로나19 상황의 악화로 결국 대면 시험은 취소됐지만 아찔했던 경험이었다.

대면 시험 공지로 혼란을 겪었던 학생은 또 있다. 2021년 2학기 최원자 퇴임교수(생명과학전공)의 <미생물학>을 수강한 ㄱ(생명·20)씨는 대면과 비대면 시험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대신 비대면 방식을 선택한 학생에게는 응시 시간에 패널티가 주어졌다. ㄱ씨는 “비대면 시험을 선택했지만, 시험 시간을 15분 적게 준다는 사실을 전날에 알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ㄱ씨는 본교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인 지역에 거주 중이었다. 당일 새벽 기차를 타고 대면 시험에 참여하기에는 체력 부담이 컸다. 시간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ㄱ씨는 “부족한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차라리 시험 전날과 당일에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최 교수는 “비대면 시험 시간을 미리 공지했다”며 “부정행위가 염려돼 시간을 빠듯하게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ㄱ씨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양과목에서 대면 시험이 많았던 ㄱ씨는 시험이 끝나면 체력 보충을 위해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집으로 가야 했다. 그는 “KTX로 오가며 많은 시간을 들였고, 숙박비로 너무 많은 금액을 썼다”며 “학교에 올 때마다 약 15만 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교재 수령에 진로 탐색까지, 고민 많은 지방 학생들

지방 거주 학생들의 불편은 교재 수령부터 대외 활동까지 생활의 다방면에서 드러났다. 본교에 방문해 직접 교재를 수령해야 하는 경우 이들은 사례금을 주고 대리인을 구해야 했다. 일례로 2021년 1학기 권진욱 교수(컴퓨터공학과)의 <운영체제> 수업 교재는 학생들이 연구실에 방문해 직접 수령해야 했다. 당시 본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의 ‘공대벗’ 게시판에는 해당 수업 교재를 대리수령 후 택배로 보내줄 사람을 구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권 교수는 “올해는 지방 거주 학생들에게도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교재 배부 방식에 관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교내에 비치된 교재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례도 있었다. 강씨는 2021년 1학기 전공 수업을 회상하며 “과제에 필요한 교재가 과방에 4, 5권 비치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 학생들은 따로 구매해야 했는데, 서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오래된 책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진로 탐색은 대리인도 구할 수 없었다. 지방 거주 학생들은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지원할 수 있는 대외활동의 폭도 제한적이었다. 편도 2시간 거리에 거주 중이던 ㄴ(휴먼바이오·20)씨는 “학부 랩(lab) 인턴은 지원할 생각도 못 해봤다”며 “인턴 모집 공지가 학기 중 비정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탄식했다.

덧붙여 ㄴ씨는 지방에서 거주하며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진로 탐색에 생기는 제약이라고 답했다. ㄴ씨는 “최근 현 상황의 문제점을 인지한 졸업생으로부터 진로탐색 및 취업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는 학교에서 토대를 마련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나서서 진행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측에서 진로 탐색의 기회를 독려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으면 한다”며 “지방 학생들이 멀리서도 이화와 연결돼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 방법이 나왔으면 한다”는 염원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