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이화함께 부원들이 공식포즈인 'E.W.U'(EWHA With U) 손모양을 하고 있다. <strong>이주연 사진기자
너이화함께 부원들이 공식포즈인 'E.W.U'(EWHA With U) 손모양을 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혁명이다’, ‘어서 다음 에피소드 주세요’, 심지어는 외국어 자막을 달아달라는 ‘English subtitles please’까지. 본교 동아리에서 제작한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8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본교 홍보 영상제작 동아리 ‘너이화함께’가 2021년 12월 한 동영상을 업로드해 큰 화제가 됐다. 해당 동영상은 ‘나의 여자친구에게’ 웹드라마 시리즈 중 첫 에피소드. 3화에 걸쳐 성소수자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본 시리즈는 다양한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2일 기준 약 7만8000회의 조회수를 자랑했다. 본지는 웹드라마 뒷이야기와 함께 동아리의 다양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자 ‘너이화함께’(너이화)의 대표 신경라(국문·18), 홍보팀장 김은빈(영문·20), 촬영팀원 국혜승(사교·15), 촬영팀장 곽은진(커미·18)씨를 ECC B215호에서 만났다.

웹드라마 '나의 여자친구에게'를 촬영하고 있다.
웹드라마 '나의 여자친구에게'를 촬영하고 있다.

| 퀴어의 사랑, 이번엔 웹드라마로

‘나의 여자친구에게’ 웹드라마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신경라(신): 너이화는 다양한 나이, 학과의 학생들이 모여 이화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동아리다. 이성애가 중심인 사회에서 여대에는 CC(Campus Couple)가 없을 거란 편견을 깨고 싶었다. 교내에 분명 존재하는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자 웹드라마를 기획했다.

곽은진(곽): ‘나의 여자친구에게’는 본교 CC 이야기다. 2019년에 제작한 ‘여대에도 CC가 있나요?’ 영상에 이어 교내 성소수자의 사랑을 주제로 한 너이화의 두 번째 영상이다. 첫 영상이 약 13만4000회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후속 영상에 대한 제의가 매 기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회의가 계속 온라인으로 이뤄졌고 후속작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김은빈(김): 새로운 운영진이 서로 친해지기 위해 3명씩 회의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CC 2편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전체 회의에서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와 웹드라마 TF(Task Force)를 속전속결로 꾸렸다.

 

‘나의 여자친구에게’ 웹드라마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국혜승(국): 3화를 보면 주인공 연우가 최은영 작가의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 중 수록작 ‘그 여름’을 읽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여름’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성소수자의 사랑을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들려주는 것처럼 과장 된 연출이나 소품 없이 사랑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다.

신: 이화의 향기도 물씬 느낄 수 있다. 드라마 속 4명이 본교 2021 LEAP 소그룹 공모전을 준비하며 만나는 것, 학교 근처 카페와 ‘너스레’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 ‘이화그린’이 자주 나오는 것 등 학교를 나타내는 요소가 여럿 등장한다. 본교 홍보의 역할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김: 시청자가 드라마에 ‘과몰입’하게끔 노력했다. 또 크레딧 장면에 필름 사진을 넣어 아날로그 감성을 부각했는데, 시청자들이 사진을 보고 추억에 잠긴 듯한 느낌을 갖도록 연출했다.

 

</strong>본교 홍보 영상 제작동아리 ‘너이화함께’ 부원들이 신입 부원 교육용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strong>이주연 사진기자
본교 홍보 영상 제작동아리 ‘너이화함께’ 부원들이 신입 부원 교육용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 너무 다양한 주제? 그 자체가 너이화만의 정체성!

기획팀, 촬영팀, 편집팀, 홍보팀, 음악팀 등 다양한 부서로 구성돼있다. 각 부서는 무슨 역할을 하며 하나의 결과를 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곽: 전체적으로는 한 영상을 만들 때 스토리보드 제작, 촬영, 콘티 제작, 그리고 편집의 단계를 거친다.

먼저 기획팀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스토리보드를 제작하면 촬영팀은 촬영 현장에서 사용할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이후 촬영팀이 촬영물을 업로드하면 기획팀에서 콘티를 만들게 된다. 편집팀은 컷편집이나 자막, 특수효과 작업 등을, 음악팀은 적절한 음악 제작을 맡아 영상을 전체적으로 마무리 짓는다. 홍보팀은 완성된 영상의 썸네일을 제작하고, 영상 업로드까지 맡는다.

김: 이외에도 블로그, 에브리타임, 이화이언, 인스타그램 등 SNS에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영상 비하인드를 활용해 1분짜리 예고편을 만드는 것과 최종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것 또한 홍보팀 담당이다.

 

너이화의 영상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본교로부터 러브콜이 들어온다거나 콜라보 계획이 있지는 않나

신: 교내 동아리에서 컨택이 온 적은 있지만 바쁜 일정 등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2020 년에 본교 기숙사와 협업해 ‘이화여대 기숙사와 함께하는 기숙사 투어’와 ‘이화여대와 함께 하는 추억의 기숙사메이커’를 제작한 적이 있다. 또 무용과 동아리 NTW와 ‘등굣길에 갑자기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다!?’를 함께 제작하기도 했다. 추후에 협업 연락이 온다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제안을 받는다면 할 의향이 강하게 있다.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결과물을 업로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가장 큰 고충이 있다면

곽: 진행 일정상 날씨를 고려하지 않고 촬영일을 정하다 보니 날씨와 관련된 고충을 겪곤 한다. 한 달 내내 맑다가 꼭 촬영하는 날에만 비가 오거나 흐려서 별명이 ‘너비와 함께’이기도 했다.

국: 현재 운영진 회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코로나19 관련 걱정이다. 부원들끼리 쉽게 모이지 못하고,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교도 많이 와보지 못해 다룰 수 있는 주제가 한정적이라 아이디어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늦은 저녁 웹드라마 촬영을 마친 배우들과 너이화함께 촬영진
늦은 저녁 웹드라마 촬영을 마친 배우들과 너이화함께 촬영진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본교를 홍보하는 동아리 또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너이화만의 정체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신: 이름 자체에 정체성이 있지 않나 싶다. 이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벗들이 모여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아리라고 생각한다.

곽: 동아리 정체성은 매 기수 운영진이 꾸려지면 항상 논의되는 주제다. 누군가는 영상 주제가 중구난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우리 채널만의 특징이라면 그것 또한 너이화의 정체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영상만 봤을 때 다른 채널과의 차이점은 고정 출연진이 없다는 거다. 고정 출연진이 나와 자연스레 개인 팬이 생기기도 하는 타 채널과 달리 언제든지 새로운 이화인이 참여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든다. 모든 이화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자 장점인 것 같다.

국: 혼자서 너이화의 정체성을 생각해봤을 때 떠오른 단어들이 ‘주체성’, ‘꾸준함’, ‘다양성’, 그리고 ‘따뜻함’이었다. 50명이 넘는 벗들이 자신의 몫 이상을 해주는 ‘주체성’, 각자의 상황으로 바쁜데도 정기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꾸준함’, 이화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을 담아내는 ‘다양성’. 마지막으로 ‘따뜻함’은 정말 자랑하고 싶은 건데, 너이화가 지금껏 겪었던 모든 동아리 중 가장 따뜻하다. 그 맛에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앞으로 너이화에서 이루고자 하는 소망, 또는 포부가 있다면

신: 예비 이화인을 포함한 모든 이화인이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이자, 외부인도 이화를 사랑하게 만드는 동아리가 되고 싶다.

국: 8기 음악팀장님과 예전에 술 마시다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너이화 벗들이 모두 성공해 다같이 돈을 모아서 건물을 하나 세울 수 있도록 하자.” 너이화 벗들이 힘들 때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쉼터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너이화에 있는 모든 벗들이 그저 행복하고 즐겁게 활동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