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기대는 낮아...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일자리’와 ‘젠더’ 공약

</strong>22일 오후3시 경 시민 2명이 신촌 박스퀘어에 붙은 제20대 대선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strong>김영원 사진기자
22일 오후3시 경 시민 2명이 신촌 박스퀘어에 붙은 제20대 대선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김영원 사진기자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대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가 원수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거인 만큼 유권자인 이화인들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본교 재학생들은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 상에서 현 정치 상황을 쉼 없이 논하고 있으며, ‘실시간 인기 글’ 목록에는 정치·선거 관련 게시글이 늘 자리해 있다.

20대가 ‘정치 무관심 세대’라 불리던 때는 갔다. 20대는 이제 커뮤니티를 비롯한 다양한 창구를 통해 정치에 대한 견해를 스스럼없이 공유한다. 그러나 정치권을 향한 20대들의 높은 관심과는 상반되게, 20대의 정치 참여도를 보여주는 지표는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7일~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18~29세 응답자는 66.4%에 불과했다. 반면 2017년 4월선관위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9대 대선 설문조사에서는 20대 응답자의 84.2%가 적극적 투표 참여 의사를 밝혔다. 5년 새 20대의 정치 참여도가 17.8%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20대의 관심이 정치로 몰린 것은 분명하지만, 관심이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들의 관심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총평에 대한 반짝 호기심에 불과하기 때문일까, 혹은 유권자 편 가르기부터 각종 스캔들까지, 시끌벅적한 정치권의 여파이기 때문일까. 본지는 해답을 찾고자 1월18일~2월17일 온라인 구글 폼을 통해 본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제20대 대통령 선거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103명의 이화인으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설렘 반 실망 반’ 고민 많은 이화인

‘대선을 앞둔 심정이 어떠신가요?’ 질문에 대한 이화인들의 답변은 각양각색이었다. “제 생애 첫 대선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제 신분이 ‘국민’이란 걸 실감하는 기분입니다.” 김서연(사학·22)씨와 ㄱ(휴기바·20)씨의 말처럼 이번 선거가 생애 첫 대선이라는 몇몇 이화인은 새로운 경험에 설레는 한편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외 답변은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재학생들의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임을 반증했다. ‘무력하다’로 시작해 ‘막막하다’, ‘혼란스럽다’, ‘참담하다’까지. 이화인들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노력은 부재하고, 가십성 논란과 득표를 위한 ◆네거티브 공세만이 휘몰아치는 정치권을 지켜보며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김민진(과교·22)씨는 “불필요한 곳에 신경을 쏟고 있는 느낌”이라며 현 정치 상황을 비판했다. “정치판이 단순 분열, 싸움으로 번지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선 후보들의 전반적 행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대선 후보들의 언행이) 본질을 흐리고 서로를 향한 단순 비방에 그치는 것 같다”, “자신을 공고히 하는 것보다 서로를 끌어내는 데 치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등 후보진을 향한 지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특히 ㄴ(심리·22)씨는 “사회현상의 본질적 문제 해결보다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후보들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ㄷ(국제·18)씨 또한 “(현재 대선 후보들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표출이나 관심이 부족하며, 명쾌하게 논점을 짚기보다는 네거티브 공세나 당 색 드러내기만 이어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치 현황 및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화인들의 진솔한 바람도 담겨 있었다. 이서연(국제사무·22)씨는 “(대선 후보들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과격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공약과 언행을 보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ㄴ씨는 “(대선 후보들이)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며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표심 사로잡는 핵심은 ‘일자리 및 취업’, ‘젠더’ 관련 공약

그렇다면 이화인들은 자신의 표를 던질 준비를 마쳤을까. 설문조사 결과, 73.8%의 이화인들이 ‘투표할 후보를 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주된 요인으론 ‘공약’이 39.7%, ‘후보의 품행 및 됨됨이’가 35.9%, ‘정당’이 8.9%를 차지했다. 이는 선관위가 7일~8일 진행한 설문조사 문항 중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고려하는 사항’에 대한 답변과 유사한 결과다.

‘공약’이 마음을 굳히는 데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연유에 대해 ㄹ(전자전
기·22)씨는 “공약에서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ㅁ(사교·22)씨는 ‘후보의 품행 및 됨됨이’가 표를 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ㅁ씨는 “후보의 품행 및 됨됨이는 공약이나 정당과 다르게 변수가 없다”며 “품행 및 됨됨이는 후보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여주고 개인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화인의 표심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약. 이들이 공약을 볼 때 가장 초점을 두는 주제로는 일자리 및 취업이 40.8%, 젠더가 39.8%를 차지했다. “(일자리 및 취업이) 가장 내게 가까운 문제기 때문”이라는 설문 답변자의 말처럼 이화인들은 자신과 직결된 사회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취업난에 대응해 소상공인과 청년층 모두를 고려한 해결책을 기대했다.

젠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20대 여성 당사자로서 젠더 이슈와 관련된 공약에 귀 기울였다. 이 중에는 여성 인권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챙길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해당 문제를 특히 신경 쓰는 이들도 있었다. 이외에도 주거 관련 주제가 12.6%로 뒤를 이었고, 복지, 기본권 문제, 범죄 대응, 한미관계, 교육 등 다양한 주제가 언급됐다.

아직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이화인들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누구를 뽑을지 고민하고 있기보다 괜찮은 후보가 없다고 느껴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20대 여성으로서 결정이 망설여진다고 호소하는 이들 또한 여럿 보였다. ㄴ씨는 “비교적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지지하지만, 여성 혐오적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는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상황이라 소신투표를 해야 할지 최악을 막는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20대 여성으로서 성 평등 정책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2030 남성만이 국민인 듯한 공약에 지친다’는 고민도 이어졌다.

2030 청년층이 제20대 대선의 ◆캐스팅보트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그러나 “여성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말하는 후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설문조사 답변함 속 한 마디가 말해주듯 청년층 여성들은 여전히 정치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평등한 정책 그리고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려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네거티브 공세: 상대 후보의 부정적인 면을 적극적으로 부각하여 유권자들이 상대 후보를 기피하도록 하는 공격 태세
◆캐스팅보트: 의회의 의결에서 가부동수가 나올 때 의장이 가지는 결정권 혹은 대세를 좌우할 제3당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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