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학의 문제점 진단,대학개혁을 바라본다

98년부터 교육시장이 개방된다고 한다.

비단 교육시장 개방과 연관짓지 않아도 연구와 기술에서의 질적발전은 필수적이고 이에 따라 대학개혁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머지 않아 닥쳐올 막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대학은 이제 더이상 우물 안만을 고집할 수는 없게 되었다.

지난해 5월과 올 2월 교육개혁안을 발표한 교육개혁위원회는 8월20일(수) 3차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3차례에 걸쳐 발표된 교육개혁안을 통해 살펴보면 우선 최근 대학개혁의 방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지로 대학간 경쟁의 강화·행정규제의 완화(대학정원 자율화·대학설립에 관한 준칙주의등)·소비자 주권의 확립 등을 들 수 있겠다.

정부는 이와 관련 각 대학에 이같은 방침과 맞물린 여러 개혁을 요구, 진행시키고 있다.

개혁여부에 따라 선별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기 위한 대학개혁 관련 실사,대학의 개혁사례를 묶은 대학개혁사례집 발간 등이 더욱더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본격적인 대학개혁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구성원들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정부 주도의 개혁’‘일률적인 개혁의 모델을 제시해놓고 개혁을 하면 지원하고 개혁을 안하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식의 논리’라고 주장하며 진정한 개혁이 아님을 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현 대학새혁 움직임의 문제점은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대학의 문제점과 변화요구지점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대학이 안고 있는, 반드시 개혁이 요구되는 점들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교수들은 빈약한 교육제정을 제1차적인 문제로 꼽는다.

바람직한 연구여건을 마련하고 교육환경을 이루기 위해 충분한 제정은 필수적이다.

또한 점차 대학교육의 기회가 확산되고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이는 등록금이 아닌 국고보조금이나 재단전입금으로 대부분 충당돼야 한다.

국공립대의 경우 운영자금 중 등록금이 34%,국고보조금이 69%에 이르지만 사립의 경우 등록금이 75%에 재단전입금이 보통10%내외이고 국고보조금은 1%도 채 안된다.

김인걸 교수(서울대 국사학과)는 “경제가 발전한만큼 교육에 그만큼 투자를 해야하는데 극서이 전혀 안되는 실정에서 마치 대학이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아서 발전하지 못하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운영비의 75%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일인당 등록금은 약 2백만원(인문계열),운영비의 35%를 차지하는 미국 명문 사립대학의 경우 일인당 등록금은 약 2천만원임을 볼때 대학 운영자금에 있어서 20배가 넘는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GNP차이가 불과 2.5배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때,대학이 얼마나 재정이 부족한지,얼마나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미약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사학의 경우 재단이사회의 재정확충 능력은 따라서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곧 기업·사회의 기부를 뜻하는데 기업이 대학에 활발한 투자를 하게 하기 위해서(기업이 대학을 운영하는 것을 뜻하지 않음)먼저 재단이 의사결정과정의 민주화, 예결산 내역 공개 등 투명한 민주적 운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형철교수(연세대 철학과)는 “재단이 부패해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길때 어느 누구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독식하는 주인이 버젓이 자라하고 있는 대학에 누가 기부하고 싶겠느냐”고 반문하며 재단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다음의 문제점으로 교수와 학생의 안일한 연구풍토를 들 수 있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학문 연구와 이의 사회환원이라 할때 대학의 구성원들이 뛰어난 지적 재능을 갖추고, 또 지식을 양산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대학은 좋지 않은 연구여건, 사회적 조건과 변화 등을 감안하다 하더라도 면학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들어 각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수업적평가나 강의평가. 교수재임용제 등은 여러문제점이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교수 연구활동에 자극을 주는 개혁의 한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 역시 변화해야 한다.

변화를 얘기하고 진보와 개혁을 외치면서 토론수업을 꺼려하고 과제가 많다거나 그룹과제가 있는 강의를 기피하는 등의 현상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학교의 추구방향과 학생의 관심분야가 학문성과 전문성을 함께 갖추어야 함도 중요하다.

사회가 전문화·정보화되고 대학인들은 곧 사회로 환원되어야 하므로 이들이 사회변화에 맞추어 실용적인 소양을 닦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대학은 분명 직업인양성소가 가니기 때문에 학문성도 충분히 담보하는 한편 도덕성과 인격성도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변화와 발전에 중요한 요소는 대학의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운영이다.

일률적인 대학관련 정책은 대학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묶었었고 국공립의 경우 마치 정부조직의 한 부서같다고 할 정도로 정부규제에 묶여 있었다.

사학의 경우 대부분 재단이사회에 최고의사결정권한이 주어지면서 대학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곤란한 경우도 많았다.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뜻을 수렴애서 대학 특성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과정을 바로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교수평가의회나 교수협의회의 제안이 그것이다.

재단은 총장을 통해 교수사회를 견제하고 교수는 교수평의회를 통해 총장과 재단을 견제하면서 민주적인 합의를 이루어 가는 것.그것이 바로 교수평의회의 역할인 것이다.

3차 교육개혁안에는 교수평의회와 의무화 조항을 넣고 있는데 특히 재단이사회가 부패한 경우이거나 학교와는 무관한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사학의 경우 절실히 요구된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경직성과고착성에서 과감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바로 보고 스스로의 문제점을 냉철히 진단해 잘못된 부분에 주저없이 매스를 들자. 현재 정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개혁의 내용은 여전히 일률적이다.

심지어 학부제니,대학원중심대학이니 개혁의 모델까지 제시하고 따라오길 종용하고 있다.

대학개혁은 천번 타당하다.

하지만 충분한 재정지원이나 대학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 없이 대학과 학생에게만 책임을 부담하는 식의 개혁은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경쟁논리와 시장논리라는 하나늬 잣대로 개혁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자유롭게 개혁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하고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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