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여성론(ecofeminism)이란 무엇인가? 얼마 전 나온 「여성과 사회」7호특 특집으로 생태여성론을 다루고 있다.

최근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부각되고 있는 추세는 환경운동의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생태여성론은 이러한 여성들의 환경운동에서의 주체적 실천들을 토대로 출발한 이론이다.

그러나 생태여성론의의의는 실제 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가치부여 차원에서 한걸은 더 나아가 ‘근대’를 틀지어 온 가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대안모색에 있다.

물론 아직은 생태여성론에 대해서 구체적인 의제(agenda)보다는 ‘전망’의 형태로 밖에 얘기할 수 없지만, 이원적이고 위계적인 방식의인간관과 우주관에 대한 근대적 전제들을 극복하고 이제껏 존재해 왔지만 진정한 의미를 부여받지 못했던 생명존중의 가치와 태도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대안적 세계관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생태여론은 ‘근대이후’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이론적, 실천적 동력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생태여성론은 여성해방과 자연해방을 함께 추구하는 이론으로서 70년대말 여성 ·평화· 환경 등의 여러분야의 사회운동으로 부터 성립된, 다양한 갈래의 정치적 행위와 사고가 결합된 이론이다.

이 말은 생태여성론이 아카데미즘의 반경안에서 정치적 실천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아직 완전한 이론으로 정립돼 있지 못한 생태여성론은 다양한 이론적 분화와 내적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성격은 생태여성론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공통된 논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문순홍끼는 이것을 7가지로 요약하는데, 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출산과 돌봄’, ‘혼돈스럽고 무질서한 파토스적 존재’라는 자연과 여성에 대한 동인한 이미지(동일성의 논리), 자연과 여성이 인간과 남성에 의해 취급받는 방식의 유사성(동치성의 논리), 재생산 영역에 대한 관심, 근본원인을 가부장제 구조로 보는 점, 대안적 세계의 실현과 근대극복을 여성성에서 찾는점, 대안적 개발(development) 개념모색, 기존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을 비판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공통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여성론의 이론적 분화에서 주된 쟁점은 ‘왜 여성이 환경문제의 해결에 주도적 참여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둘러싼, 소위 ‘본질주의 논쟁’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여성‘만이’ 세계 구원의 주체가 되는가의 문제라 할 수 있는제, ‘여성성’을 둘러싼 그 길고도 긴 놀란의 중심을 차지한다.

이 비생산적인 논란의 구체적인 내용은 접어두고 여기서는 다만, 여성의 본원적 속성의 존재 여부보다는 그러한 속성을 주장하고 않고가 얼마나 생태위기와 여성억압이라고 하는 사회적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방안 모색에 기여하고, 또 어떤 한계를 노정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겠다.

간혹 생태여성론(혹은 ‘여성환경운동’)을 단순히 환경문제 해결의 주체를 여성에게만 부여하거나, 막연히 여성운동과 환경운동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이런 서투른 이해가 종종 생태여성론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비판을 낳게 되는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독일의 환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인 마리아 미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여성들에게 속한다고 여겨져 왔던 가치들 및 특징들을 남성들도 공유해야”하며 남성은 여전히 여성과 자연 및 타민족에 대한 전쟁놀음을 계속하면서 여성들에게만 생태적 청소부 노릇을 떠맡기는 것이 생내여성론의 목적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보다는 “좀더 많은 남성들이 전쟁에서 벗어나고 여성의 자급자족운동, 생명을 위한 책임을 함께 나눌 때” 비로소 기존의 ‘전쟁’의 가지에 기반둔 양성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비스는 여성운동만이 아니라 남성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여성운동은 ‘남성들의 탈 군사화’라는 남성운동의 대의에 동참하고 그 동력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근자에 우리나라에서도 생태여성론에 대한 관심이 요란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확산되어가고 있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태론과 여성해방론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생태여성론’은 얼핏 아카데미즘의 유행물결에서 최신의 것인 두이론이 만난 ‘최신중에서도 최신’이론인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들의 환경실천활동은 한두해 일만도 아니고 새삼스레 ‘새로운 운동’으로 따로 부를만한 무엇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양육·청소·음식만들기 등을 전담해 온 생명과 환경의 ‘관리자’였다.

여성론은 ‘낡은’여성의 노동과 활동들을 그럴듯한 이름으로 새롭게 포장해서 내놓은 ‘이론적 상품’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늘 있어왔지만 제대호 주목받지 못한 여성들의 노동과 사회적 역할을 정당하게 평가함으로써 그것이 다시 폭발적인 힘으로 현실을 재구성하여 “자연의 해방과 함께 평등한 양성관계에 기반한 인간해방”을 실현하는것, 이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론은 현실을 추월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해석을 통해 현실에 힘을 불어넣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우리에게 일깨우는 생태여성론의 실천적 지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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