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학술운동 현황을 진단한다

이번 방학 구성된 학술위원회가 그 첫번째 사업 ‘개방대학’을 9월 11일(목)~10월17일(수) 개최한다.

학술위원회는 학술활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위원들이 모여 주제운동에 착안, 진보적 학술운동을 추구하는 단위로 현재 총학생회(총학)의 지원을 받고 있다.

92년도 이후 총학에 학술국이 없었던 것을 감안할 때 학술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같은 위원회가 발족,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학술위원회는 이번 개방대학을 시작으로 교내 학술운동 평가, 학술지 발간, 학회교양지 발간 등을 계호기하고 있어 앞으로 그 활동이 주목된다.

학술위원회 주체 정인씨(정외·96년졸)은 “지금 이화내의 학회는 내용생산을 할 전문적인 단위 부재로 대부분 난황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학술위원회가 학회커리연구, 간사 역량 강화 등 학회와 보족되는 관계에 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이화내의 학회 현황은 타대에서도 얘기되고 있는 소위 ‘학회 전반의 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간사부족과 간사 역량 부족, 커리 개발의 미비, 학회원의 부재과 같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점이 학부제가 실시되면서 더 커졌기 때문이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신입생들로 인해 학회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학부, 단대 단위의 학회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현재 법대와 상경대만 학회연합(단대 학회)이 있을 뿐 여전히 기존 과 단위의 학회르 ㄹ고수하면서 거의 학회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 이화 제2대학국장 김정화양(국문·4)은 “사실 전공 외 학회의 경우 여성학회, 사회과학학회 등 공통인 부분이 많아 단대 학회로 묶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은 과가 없는 데 특정 과의 학회를 드는 것이 신입생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학회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상경대의 경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상경대 학생연합장 원진영양(경영·4)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노하우들을 공유하고 함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점에서 도움이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5.18관련, 학회연합 내에 있는 8개의 학회가 각각 토론을 하고 함께 모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19일(목)에는 ‘대중문화의 비판과 저항’이라는 주제의 학술제도 계획하고 있다.

물론 학회연합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서울대나 연세대, 한국외대, 고려대 등 이미 학회연합을 시도했었고 또 실시하고 있는 타대의 경우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통 단대별 학회연합, 분야별 학회연합으로 실시되는데 과별로 산재해있는 학회를 묶어서 하나의 학회로 만들 경우 기대하는 만큼의 학회 나름의 전문성과 독자성을 갖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 학술국장 이치현군(국사·4)은 “주로 1학년으로 구성되는 학회라는 것이 전문적 단위가 아니고 각 과, 단대 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연합체를 구성해도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드시 실편이 전제된 학회의 위상 정립이라고 덧붙이는데. 본교 제2대학국장 김정화양 역시현 학회의 학생회 사업 받아안기 식의 모습을 지적하며 “학회는 학생사회를 묶어내는 가장 지초적인 단위로 전문성을 지녀 나름대로의 사업을 벌여나가면서도 학생회와 연계, 실천성을 담보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학회가 단순한 이론, 학술연구가 아닌 비판의식을 견지하고 실천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단대 학술국, 학술위원회, 생활도서관, 제2대학국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비교적 학술지형이 탄탄하다고 평가되는 고려대의 경우 학회나 학술동아리에서 세미나는 물론 강연회·학술제 등 나름대로의 사업을 하고 있고, 생활도서관의 경우 학회원들이 필요한 커리를 제공받고 토론 장소로도 사용하는 등 바람직한 학술문화 정착을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화의 경우 체계상으로는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어도 내실있게 꾸려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화인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자유로운 사상을 토로할 수 있어야 하는 생활도서관은 단순히 가깝고 신간을 빨리 대출할 수 있는 곳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대학마다의 특수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진보적인 학술흐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치기구가 생활도서관의 중요한 위상임도 각인해야 할 것이다.

이화인이 신청하는 희망도서가 아니어도 충분한 사회과학 서적과 학회 커리로 사용될 수 잇는 충분한 자료를 비치하는 노력이 시작될 때, 진정한 자치기구의 위상을 다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 제2대학과 개방대학, 비슷한 강좌가 동시에 열릴대 느꼈던 순간의의아스러움. 그것이 바로 이화학술지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몇안되는 단대 학술국은 제자리를 못찾은 채 학생회 사업을 알려내는데 급급해하고 세미나조타 이루어지지 않는 학회가 허다하고 학생이 자치적으로 준비하는 학술제가 낯설고… 하지만 이제 2회를 맞은 제2대학이나 첫발을 내딛은 학술위원회, 몇몇 학회의 활발한 움직임을 볼 때 그동안 얼어있던 이화의 학술지형에 큰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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