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런 수업 중 김 교수와 학생이 도자기의 제작 상태를 검토하고 수정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세라믹런 수업 중 김 교수와 학생이 도자기의 제작 상태를 검토하고 수정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그냥 직접 보여줄까? 이리와 얘들아.”

“감쪽같이 부드러워졌지?”

조형예술관B동 308호에서는 김찬미 교수(도자예술학 과)의 <세라믹런> 수업이 한창이다. 다이아몬드 사포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던 김 교수는 학생들의 이해를 위해 교실 한쪽 개수대에서 직접 사포로 도자기를 갈았다. 그의 시연을 보기 위해 학생들도 모두 개수대로 모였다.

1일 오전5시를 시작으로 길었던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작됐다. 본교도 11월을 기 점으로 대면 수업을 재개했다. 학부를 기준으로 수강 정 원이 50명 미만인 경우 학생이 대면 수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실험이나 실습, 실기 과목의 경우 필수로 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다시 시작한 대면 수업은 어떤 모습일까. 필수 대면 수업인 <세라믹런>, <현대자수공예>에 기자가 참여했다.

25일 오전9시10분 조형예술관B동에 도착했다. 건물에 들어서자 체온계와 출입대장이 눈에 띄었다. 체온 측정과 출입대장 작성을 마치고 ‘발열체크완료’ 팔찌를 착용했다. 그리고 입구에서 세 번째 교실인 308호로 들어섰다.

강의실은 다양한 점토 작품과 공예 도구로 가득했다. 바닥과 책상에는 점토를 사용한 흔적이 많았다. 잠시 앉았을 뿐인데 흙가루가 바지에 묻어났다. 검은색 윗옷의 소매도 흙가루로 하얘졌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지자 김 교수와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7명이 김 교수의 수업을 듣는다. 조형예술관의 경우 교실의 크기에 따라 대면 수업 여부가 결정된다. 308호에서는 8명까지 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김 교수를 비롯한 8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리 크지 않은 강의실에 한 책상당 한 명의 학생이 앉았다. 별도의 출석체크는 없지만 9시30분이 되자 학생들은 진행 중인 과제 작품과 도구를 갖춰 교실에 모였다.

25일 12주차 수업은 30일에 있을 1학년 과제 전시에 필요한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작품을 전시하려면 최소한 29일까지는 과제를 완성해야 한다. 김 교수가 지도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각자의 작품을 다듬었다. 사포로 도자기를 마감하기도 하고 가마 안에서 도자기를 지탱할 지지대를 점토로 만들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학생들이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했다.

“작품 되게 잘 나왔다.” 김 교수가 이은서(도예∙21)씨의 도자기를 살폈다. 도자기는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가마에 구워야 한다. 이씨는 작품이 가마에서 구워지는 동안 부서질 것에 대비해 작품을 미리 분리해 구웠다. 이를 다시 붙이기 위해 그는 김 교수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씨는 본격적인 대면 수업이 처음이다. 지난 학기 <세라믹워크> 수업을 들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수업의 절반을 비대면으로 진행했고, 과제 작품도 집에서 만들 어야 했다. 그는 “도자기 공예는 서양화 같은 그림과 달리 집에서 하면 흙이 다 날린다”며 “작품을 만들면 집이 항상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기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배우니 집중력도 떨어졌다. 이씨는 “비대면 수업은 질문하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면 수업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동기와 소통도 늘었다. 그는 “확실히 대면 수업을 하니 친구들 과 많이 친해진다”고 전했다. 이씨는 “작업 공간도 보장 되고 수업 몰입도 잘 돼서 실기 과목은 대면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실시간으로 하더라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학생들은 청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도자기 공예는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대면으로 교수에게 직접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자수공예 수업 중 안 교수가 학생의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조언하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현대자수공예 수업 중 안 교수가 학생의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조언하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같은 날 오후2시 조형예술관B동 406호에서는 안은선 교수(섬유예술학과) <현대자수공예> 수업이 진행됐다.

해당 수업은 다양한 현대 작품을 분석하고 독자적인 자수 공예를 제작하며 학생들의 자수 공예 디자인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목표다. 학생들은 분석한 작품들을 참고해 본인의 작품을 한 학기 동안 제작하면 된다.

이번 학기 <현대자수공예>는 10월부터 대면 수업으로 진행했다.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의 수업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학생들은 친한 친구와 같이 앉 거나, 혼자 앉아 자신의 과제를 꺼냈다. 빈 책상도 몇 개 있었다.

“출석 부르겠습니다.” 안 교수의 출석 확인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각자 본인의 작품을 다듬기 시작 했다.

“지오는 많이 했어요?” 안 교수가 교실을 둘러보다 남지오(섬예∙19)씨의 작품을 확인했다. 남씨는 ◆PVC(Poly Vinyl Chloride)를 재료로 디저트 모형을 제 작 중이다. 그는 “평소에 갖고 있는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해소되는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오늘 남씨는 안 교수와 작품 준비 스케줄을 논의했다. 그는 “대면 수업의 경우 오늘처럼 교수님이 개별 학생의 진도에 맞춰 일대일로 조언을 해 주신다”고 말했다.

대면 수업 전환 소감에 대해 남씨는 “실습 공간이 확보 돼 좋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1학기 민호선 교수(섬유 예술학과)의 <공예염색기법>을 비대면으로 수강했다. 남씨는 “염색을 집에서 하다 보니 이염이 될까 신경쓰였다”며 “실습 재료도 많아 집이 복잡했다”고 전했다.

안 교수도 비대면 수업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전공 특성상 직접 재료를 보고 만져봐야 하는데 온라인 화면으로 재료를 보여주면 재료의 색이나 질감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본교는 남은 올해 지금의 수업 방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교무처 관계자는 “정부의 11월 중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 계획 및 백신접종률의 고려해 1일부터 ‘2021학 년도 제2학기 수업 운영 방식’에 따라 대면수업(필수), 대

 

면수업(선택), 비대면수업을 운영할 것”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수업 방식이 변경될 수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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