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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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그렇게 하면 손해 보는 것 아니에요?”

매 학기 꼭 한 번씩은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분쟁과 관련된 기초적인 법률 지식을 전달하고 적절한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교과목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법률적인 대응만을 정답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지난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코로나 상황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층간소음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분쟁으로 언급하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바람직한 해결 방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윗집과 소통하기 위하여 노력하기 보다는 ‘소송을 하겠다.’ 또는 ‘법적으로 따져서 손해배상을 받겠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법대로’ 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방법이기 때문에 다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뿐더러, 다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요즈음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 고3도 온라인, 대    학도 온라인이잖아. 차이가 없어서, 대학생활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올해 아이를 대학에 보낸 선배가 나에게 건넨 말이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대학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려와 걱정으로 시작된 온라인 수업에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 빠르게 적응하였고, 이제는 학생들 논문 지도와 진로에 대한 상담까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대학의 여러 교수들은 대면 수업과 비교하여 온라인 수업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 역시 대면 수업에서 하였던 모든 활동을 온라인으로 최대한 동일하게 구현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지식을 전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의 기능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타까운 부분은 대학의 ‘기능’만 살아남고 ‘관계’는 모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온라인 수업에서 교수와 학생들은 모니터 화면을 통하여 서로의 얼굴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서로에 대한 소통과 이해, 공감과 신뢰의 형성을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합리적·평균적 인간 테스트’

‘기능’만 남은 사회에서 ‘법대로’만 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까 상상하여 본다. 법학에서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어려운 순간에 ‘합리적·평균적 인간’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테스트를 도입하고 있다. 답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면—즉, 어느 정도의 주의력을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실수도 범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평균적인 인간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범한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면, 법의 세계에서도 옳은 것으로 평가하고 수용한다. 결국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는 모두 사라지고 ‘기능’만 남은 사회에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법’이 정한 답에만 익숙한 사람들이 낯설고 복잡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합리적·평균적 인간’을 기준으로 하는 판단을 시도할 수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긴급 상황을 종료하고 서서히 새로운 일상으로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조금은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도 관계를 회복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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