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슷한 조건의 여러 사람들 중에서 특정한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될까? 이를 설명하는 한 방법으로 love map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love map은 개인이 살아오면서 마음이 끌리거나 기분이 좋거나 또는 혐오감을 느끼거나, 기분이 나빴던 경험 등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청소년기를 지나며 뇌 회로에 새겨지고, 만난 상대방이 이런 정보와 여러가지로 긍정적인 일치를 보이면 그 상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은 우리의 두뇌와 관계가 깊은 인식, 기억, 사고, 감정 등의 상황을 포함하고 있어서, 누구나 궁금해 하는 문제이나, 이 복잡한 생명현상은 아직 그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두뇌의 상황을 온전하게 유지하면서도 총괄적으로 두뇌의 상황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MRI와 PET와 같은 브레인 이미징방법이 개발됨으로써 시각, 언어구사, 예술활동 및 운동과 같은 복잡한 현상과 두뇌의 상호작용이 총체적으로 보다 잘 규명되어지고 있다.

빛, 소리, 냄새 등의 다양한 외부신호는 감각기관에서 전기적 신호로 전환된 후 신경세포로 전달되며, 각 신경세포는 그 특유의 축색돌기를 이용해서 전달된 전기적 신호로 전환된 외부자극의 운명은 자극의 종류, 기존 정보와의 관계, 신체와의 연관관계 등에 따라 수천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신경망 덩어리인 두뇌에서 결정지워진다.

반응할 것인가 말것인가, 기억할 것인가 지워버릴 것인가 등등. 각 신경세포는 수많은 가늘고 기다란 돌기를 가지고 있어, 수많은 다른 신경세포와 접촉하고 있다.

이러한 접촉망 구성은 유전적으로 결정될 뿐만 아니라 외부자극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형성되므로, 재구성의 과정을 연출한다.

극단적인 경우로 극심한 스트레스나 교통사고와 같은 물리적 충격에 의해서도 접촉망 구성이 변화되어, 동일한 상태의 감각기관과 신체를 가진 사람이 기억이나 성격, 기호 등이 바뀌기도 한다.

사고 전에는 신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 사고 후에는 극심하게 싫어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이와 같은 두뇌와 연결지어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을까? 우선 뇌회로에 새겨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고 본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느껴지는 여러가지 감각 즉 모습, 목소리, 향기 등이 각기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고, 이들은 신경을 통해 전기적 자극과 화학적 자극의 전달방식으로 대뇌 피질로 전달이 된다.

이와 같은 자극은 곧 사라지지만 이 과정에서 대뇌의 신경세포들사이에 특이한 새로운 접촉망들이 구성되며, 이러한 신경세포들 간의 접촉망 구성이 기억으로 남게 된다.

만약 유사한 자극이 반복되면 이러한 구성이 강화되어 장기적 기억으로 남는다.

많은 많은 자극들은 각기 독특한 신경세포접촉망을 갖게 되지만 유사성 또는 연관성 있는 기억들(동일 인물의 모습, 목소리, 향기 등. 또는 마음을 끄는 느낌들 등)은 서로의 신경세포망들 간에 일부 축색돌기를 통하여 연결되는 신경망 재편집과정이 일어난다.

시간이 흐른후 어떠한 자극(예를 들어 향기)이 수용되면서, 이 자극이 이미 전에 구성된 신경세포망에 해당하게 되면 이에서 신경활동이 일어나고, 이 활동으로 인해 이에 연결된 다른 기억(즉 모습, 목소리 등)의 신경세포망이 신경활동되어 총괄적인 기억의 회수 또는 love map의 정보에 해당하는 여러 신경망과의 일치를 보이면, 이들 신경세포망의 신경활동과 재편집 과정이 일어나고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적어도 사랑의 초기단계에는 체네의 각종 화합물에 의해서 신경의 활성이 뚜렷하게 변화되는 것으로 보아, 사랑이란 감정은 단순히 기존 신경망의 신경활동과 신경망의 재편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뇌와 신체화합물의 오묘한 합작품인 듯 싶다.

예컨데 PET, 엔돌핀, 옥시토신 등과 같은 물질이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정신이 몽롱해진다거나 의기양양한 기분이 들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안심감, 평정, 편안함)을 유도해 내게 된다.

그나마 위와 같은 방법으로 설명하여 사랑과 두뇌와의 연관성의 윤곽이 일부 드러나는듯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고 험하 듯하다.

특히 감각, 기억, 감정에 비해 고도의 정신현상이라 할 수 있는 의식은 너무나 복잡한 현상인듯하다.

그러나 무지개가 물방울과 빛의 상호작용에 의한 산물이듯이, 의식 몇가지의 실존적이며 물리적인 과정의 부산물이라면 우리의 감각, 기억, 감정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는 종국에 의식이라는 신비의 현상을 이해하여 마음이라는 가장 복잡하고도 오묘한 우리 삶의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인류의 정신적 문제 즉 노인성 치매, 우울증, 약물중독, 정신분열, 두뇌손상으로 인한 문제 등을 보다 잘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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