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에서 혁명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개인들을 더욱 사소한 주체로 분열시키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바뀌어 현대국가의 권력과 폭력의 독점은 카리스마적 권위나 완력이 아닌 데이터 베이스와 정보 조작으로부터 나온다.

또한 과도하게 집중된 국민국가의 권력은 오직 하나의 목표-"내일 아침의 찬란한 혁명"으로 모아지지 않고 급속하게 분산되고 있다.

그러므로 정보사회에서 시민사회운동은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인정하는 아나키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아나키즘은 어떤 통일적인 타도의 목표도 갖지 않으며, 중심의 전복이라는 사회주의 혁명의 방법보다는 저변, 주변을 허무는 다중심적인 행위규범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아나키즘은 일원론으로부터 다원론으로, 대립과 갈등에서 상호주의로, 환원주의적 사고에서 반환원주의로 경쟁의 논리에서 협동적 참여의 논리를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아나키즘에서 개인은 이기적인 욕망의 주체가 아닌 긍정의 동물이다.

이와 마찬가지고 사회역시 상호 협동하는 사회적 개인들의 결사이다.

여기에는 위계나 서열이 아닌, 수평적 연대만 있을 뿐이다.

특히 아나키즘은 그 어떤 개인의 권리도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권리의 포기는 자유의 포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나키즘이 꿈꾸는 사회는 “아침에 낚시하고, 오후엔 밭을 갈고, 저녁엔 무도회에 나가서 춤을 추고, 늦은 밤엔 교양있는 이웃과 철학을 토론하는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나키즘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다라 분재되는 그런 공산사회가 아닌 필요한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분배받는 자유사회를 추구한다.

정보가 계급 문화 전통을 초월해서 무차별적으로 주어지는 정보화사회에서는 인간들의 자연적 연대가 파괴되고 대신 사이버후드가 가공의 연대를 만들어 낸다.

이에 아나키즘은 사이버스페이스 내에서의 파편화된 개인들의 비편실적 연대를 자연적 수평적 연대로 복원하는 가능성을 준다.

즉공동체적 연대를 통한 정보의 인간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는 정보의 무차별적 폭력과 인간성을 기호로 해체하려는 반인간적인 권력의 정보조작을 인간적인 형식으로 환원시킨다.

이러한 정보지배권력에 저항하는 아나키즘은 과거의 사회운동과는 달리 지역자치, 시민자치를 추구하는 참여 민주주의를 요구하게 된다.

결국 아나키즘의 최종적인 목표는 국가에서 생활공동체로, 대의제에서 직접민주주의로 향하는 ‘자유연합사회’이다.

그리고 이공동체는 은밀한 정보기술을 아래로부터 통제하는 자유시민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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