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모집합니다

아무렴요, 내년에는 꼭 사람이 될 예정입니다‘

최근에 읽은 김경인 시인의 시 한 구절입니다. 제 처지를 그대로 그려놓은 것 같은 시를 보며 필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와 같이 학교를 다니고 계신 이대학보 독자분들도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을 살아가시겠죠.

제가 학보에 들어왔던 이유도 사람이 되기 위함이었습니다. 언론사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선택해 학보에 들어왔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최대한의 시간을 투입해 기사 하나를 얻는 삶을 택했습니다.

저 역시 학보에 들어올 때 걱정이 많았습니다. 당시 3학년으로 수업을 듣기도 바쁜데 학보 생활까지 병행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에도 저와 비슷한 고민으로 망설이는 분들도 꽤 계셨습니다. 그렇지만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자’는 마음으로 전송 버튼을 눌러 취재기자 자리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용기로 지금까지 이대학보의 기자로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작년도, 다시 생기를 되찾고 있는 지금도 이화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이를 담아내기 위해 약 530일이 넘는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동안 이화의 다양한 사안을 좇으며 달려왔고, 퇴임 기자를 앞둔 시점에서 기자 생활을 되돌아보니 저의 미숙함에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학보 기자로 사는 게 어떠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학보에 있던 매 순간이 행복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면 그건 거짓말일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매일이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끔은 평범한 하루를 그리워하며 잠들었고, 때로는 잠들지 못하고 밤을 새워가며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대학보의 기자로 지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소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꽤 괜찮은 시간이었습니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다하는 최선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생, 동문, 교수님과 행정 직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경비원들과 미화원들까지 이화를 채우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학보 기자로 살아보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 제 인생의 순간들을 채울 수 없었겠죠.

물론 과거의 저처럼 학업과의 병행으로 혹은 다른 문제로 이대학보에 지원하려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대학보의 순간에 여러분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저희와 함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하고 오늘을 살며 함께 내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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