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예진(커미·19·미국 아이오와대 교환 파견중)
함예진(커미·19·미국 아이오와대 교환 파견중)

“혹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다른 학생이 불편하니? 만약 불편하다면 방법을 찾아보도록 할게.” “혹시 내가 (마스크를 안 써서) 불편하면 마스크 써줄까?”

학기 초반 철저하게 마스크를 쓰며 방역 수칙을 지키는 동양인인 나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던 교수와 학생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어본 말이다.

2021년 2학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미국은 하나둘씩 대면 개강을 시작하고 있다. 현재 내가 있는 아이오와대학교도 이번 학기를 시작으로 대면 수업을 시작해 서서히 코로나 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다수 강의가 대면으로 열렸으며, 그동안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대면으로 가능해졌다. 또한 사람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는 교내 크고 작은 행사도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역시 완전히 코로나의 영향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학생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학교 측도 코로나19가 종식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강하는 것을 우려해 방역 수칙을 계속 따를 것을 권장한다. 도서관을 비롯한 일부 교내 시설의 운영 시간이 단축됐고, 몇몇 시설에선 무료 마스크를 비치하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곳에서도 무료 마스크를 비치해 필요할 때마다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 특히 교내 셔틀버스는 탑승자 모두에게 엄격하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다. 만일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경우 무료로 비치해 둔 마스크를 쓸 때까지 버스를 출발시키지 않거나. 심지어는 내릴 것을 요구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국 아이오와대는 이번 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은 일부 공간에서 필수이나, 착용하지 않아도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8일경 아이오와대 캠퍼스 전경.
미국 아이오와대는 이번 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은 일부 공간에서 필수이나, 착용하지 않아도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8일경 아이오와대 캠퍼스 전경.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2개월 반이 된 현재, 미국 아이오와주의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무질서 속 질서’다. 한국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같이 많은 사람이 한국과는 사뭇 다르게, 보다 느슨하게 방역에 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서 실제 생활을 해보니 그 모습이 막연한 무책임함이라기보다는 무질서 속 질서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강 첫 주, 각 수업의 교수들은 강의실 내 마스크 착용 관련 규정을 안내했다. 모든 학생에게 마스크 착용이 ‘강력히’ 권장되나, 반드시 의무는 아니기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대다수의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수업을 듣고 있다. 사실 강의실뿐만 아니라 캠퍼스 그 어느 곳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먼 타국에서 도와줄 지인도 없고, 학기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이방인인 나에게 사실 이런 느슨한 방역이 종종 약간의 공포로 느껴지기도 했다. 나라도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열심히 쓰면서도, 또 한편으로 이러한 내 모습으로 인해 오히려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한 학기의 반이 지난 지금, 이런 생각들이 괜한 섣부른 우려가 아니었나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론 주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상황은 다를 것이다. 적어도 내가 있는 아이오와대에선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사람을 향한 존중을 더 느꼈던 것 같다. 대다수 학생과 교직원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잘 따르고 있으며 특히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개강 첫날 강의실에서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에게 한 교수는 “혹시 이와 관련해 네가 불편을 느낀다면 함께 방법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다” 말했고, 기숙사 데스크에서 일하던 한 학생 직원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먼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마스크를 쓰겠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하루는 학생끼리 서로를 찍어주는 카메라 실습수업에서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때 상대 학생은 나에게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미안하다는 사과를 덧붙이며 마스크를 벗었다. 그 학생은 백신 접종을 모두 마쳤는데도 그랬다. 우려와 달리 마스크를 쓴 사람을 적대하기보단 오히려 존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그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행사도 하나 둘 씩 다시 열렸다. 10월16일 교내 스타디움에서 다른 학교 팀과의 미식축구 경기가 열렸는데, 홈커밍 행사 주간을 맞아 약 6만9000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이 가득 찼다.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그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행사도 하나 둘 씩 다시 열렸다. 10월16일 교내 스타디움에서 다른 학교 팀과의 미식축구 경기가 열렸는데, 홈커밍 행사 주간을 맞아 약 6만9000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이 가득 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국 상황이 완벽히 안심할 정도라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한국보다는 느슨한 방역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미국의 수많은 대학교 중 겨우 이곳 한 군데에서 경험한 것을 미국 전체에 적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확실하게 느낀 것은 팬데믹 속 서로를 향한 존중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다. 내가 지내고 있는 아이오와대에 한해서 얘기하자면, 방역 체계가 한국만큼 철저하지 않기에 무질서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각자의 질서를 지키고 있다.

그렇기에 팬데믹이라는 악조건에서도 대면 개강이라는 일종의 ‘위드코로나’를 실현해 내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경험한 존중의 중요성을 보면서, 위드코로나를 맞이한 한국도 서로에 대한 존중이 우선하는 위드코로나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함예진(커미·19·미국 아이오와대 교환 파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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