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이번 2022학년도 입시 전형부터 AI융합학부 인공지능전공을 신설해 신입생을 모집한다. 인공지능 분야 첨단학과인 AI융합학부 인공지능전공은, 인공지능분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분야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체의 수요에 비해 우수한 인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을 반영해 설립됐다.

AI융합학부가 생기기 이전, 2017년 엘텍공과대학(공대)에도 세 개의 학과가 신설됐다. 바로 소프트웨어학부 소속 사이버보안전공(사이버), 미래사회공학부 소속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기후에너지), 그리고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휴먼바이오)다.

2016년 본교가 교육부에서 실시한 ‘산업 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프라임 사업)에 선정돼 기존 공대를 ‘엘텍공과대학’으로 바꾸면서 학과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2017년 첫 신입생을 받은 세 학과는 2021년인 올해 5년째를 맞이했다. AI융합학부 인공지능전공 1기 신입생을 맞이하기 직전인 2021년까지 세 학과는 5년간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

공대 세 학과의 신설은 본교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공대에서는 이과 교육과정을 밟아온 사람만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본교 공대 체제가 ‘엘텍공대’라는 새로운 명칭과 함께 변화하면서 세 학과도 신설됐다.

이후 공대는 인문계열 출신 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컴퓨터공학전공(컴공), 환경공학전공(환경) 등과 함께 기후에너지와 휴먼바이오도 문과 학생들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세 학과의 신설은 새로운 시대적 흐름을 적극 반영해 새롭게 출발한 사례이기도 하다. 사이버는 컴퓨터의 보안이 중요해지는 현 상황을 반영했으며, 기후에너지는 기후와 에너지 분야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현재 기후와 에너지를 하나로 바라보는 전공이다. 휴먼바이오 또한 전 세계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중요해진 바이오 헬스 산업을 다루기 위해 학부 차원에서 큰 규모로 개설됐다.

연구협력관 211호에 위치한 생체역학연구실. 김나은 사진기자
연구협력관 211호에 위치한 생체역학연구실. 김나은 사진기자

 

본교의 전폭적인 지원

본교가 교육부로부터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후 신설된 사이버, 기후에너지, 휴먼바이오는 본교의 적극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그중 하나는 입학장학금인 ‘H엘텍공학인재(1학기)’ 장학금이다. 이는 사이버와 기후에너지, 그리고 휴먼바이오 최초합격자 중 수시 각 전형별 모집단위별 상위 50% 이내 합격자에게만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주어진다. 휴먼바이오의 경우엔 입학생 전원에게 기숙사 입사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학부생에게 글로벌 필드 트레이닝 기회와 다양한 해외 교류 경험 기회가 제공되는 등 신설과인 만큼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는 학생들

이 세 학과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신설돼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는 동시에 신설과인 만큼 어느 정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부생들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사이버 학부생들로 이루어진 ‘딥트’(DEEP’t)팀은 딥페이크 자동탐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인기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딥페이크 범죄 관련 회차에 출연하기도 했다. 기후에너지의 경우엔 학과 소속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다양한 공모전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내고 있다. 최근 사례를 들어보자면, 2021년 기상청 기후변화 분석 경연대회 수상팀 11팀 중 4팀이 본교 기후에너지 소속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휴먼바이오 또한 부산대병원에서 개최한 디지털 의료·차세대 재활복지 MEDICAL HACK 2020 대상을 포함해 다양한 수상을 하고 있으며, 2019년엔 3학년 학부생이 SCI급 국제학술지에 대표 저자로 논문을 게재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여전히 있다. 재학생들은 교원 수 부족과 이에 따른 분반 부족 문제를 제기한다. 교원 수가 부족해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선택의 폭이 주어지는 것이다. 대학별 공시정보를 보여주는 사이트 대학알리미(academyinfo.go.kr)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사이버, 기후에너지, 그리고 휴먼바이오의 전임 교원 수는 차례로 4명, 5명, 6명에 불과하다. 재적 학생 수가 각 학과별로 170명, 171명, 511명인 것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다. 특히 휴먼바이오는 재적 학생 수와 전임 교원 수의 비율이 약 85:1로, 해당 비율이 34:1인 같은 단대 내 컴공의 상황과도 대조된다. 휴먼바이오의 전임 교원이 전년도 5명에서 6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등 개선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타 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또 휴먼바이오는 2022학년도에 신설되는 인공지능전공의 커리큘럼과 중복될 수 있다는 의견이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휴먼바이오는 융합기계공학 트랙, 의생명공학 트랙, 그리고 바이오데이터공학 트랙이라는 총 세 개의 세부 트랙이 있다. 이 중 생물학적 데이터와 관련한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학문을 연구하는 바이오데이터공학 트랙과 새롭게 도입되는 AI융합학부 인공지능전공이 다루는 내용이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 학생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학생들은 AI융합학부 신설 관련 대응을 위한 TF팀까지 꾸려 새로운 인공지능 전공 신설을 강행한 학교 측의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바이오데이터공학 트랙을 선택할 예정인 윤다예(휴먼바이오·20)씨는 “AI융합학부가 개설된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바이오데이터공학 트랙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장 2학년 2학기에 이수 권장 과목으로 정해진 <통계적학습이론>에서 AI의 큰 뼈대인 머신러닝에 대해서 배운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휴먼바이오 학부장 류석창 교수는 “학생들의 우려와는 달리 교육과정이나 연구 분야의 중복이 아닌 상호보완 및 확장으로, 본교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 및 연구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휴먼바이오는 본교에서 첨단 기계 공학과 의생명공학에 집중하는 유일한 학부” 라며 “AI융합학부 신설은 AI 기술의 응용 범위를 휴먼바이오 이외의 다른 전공·학과로 확대해 교내 AI 교육 및 연구 인프라 확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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