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그 감독은 자기 자신이다. 시나리오 작업부터 크레딧까지 모든 과정에서 속속들이 영향을 미치고 진두지휘 해 자신의 그림을 실현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 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 우리는 끝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고 실천 한다. 누군가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며 매일 ‘갓생’을 다짐하고, 또 누군가는 파이어족으로 살겠다며 일찍부터 퇴직과 노후를 차근차근 계획한다.

저마다 이상적인 삶의 방향이 존재하지만, 그 과정에서 빈번히 암묵적으로 간과되는 것이 있다. 죽음이다. 한참 인생을 고민하던 대학교 저학년 시기에, 가족혹은 친구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각자가 바라는 노년 시기의 본인의 모습은 어느 정도 그려져 있었다. 그에 반해 어떤 죽음을 맞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보면 그전과는 상당히 다른 두루뭉술한 대답들이 나왔다. “음, 그냥 자다가 편하게 죽었으면 좋겠다.” 개중에 가장 구체적인 답변이었다. 우리 사회는아직까지 죽음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잘 죽는 것을 일컬어 웰다잉(Well-Dying) 이라 한다.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마무리하며 질 높은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인간은 자기 삶의 주체성을 잃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노년 환자의 연명 치료는 환자 본인이 사전에 따로 의사를 남겨놓지않은 이상 가족들에 의해 치료 중단 및 생명 존속 여부가 결정된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점차 전환되고 1인 가구의 급증 등 가족 형태까지 다변화될수록점점 내 죽음은 내가 챙겨야 하는 사회가 됐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우리 삶에 선순환을 일으키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웰다잉을 준비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은 나의 장례식을 미리 상상해 준비해보는 것이다. 생일 파티를 준비하듯 내 장례식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기획해보고 있자면, 내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마지막 성의를 보 일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장례식을 진행하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에 이들과 먼저 약속을 해야 한다. 장례비용까지도 미리 마련해 놓는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나아가 사후에 화장할지, 매장할지, 장기를기증할지 등, 그 모든 과정을 미리 결정해 놓는다면 가족들에게도 본인에게도 가장 부담도 적고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또 감사의 표시를 남기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모두에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을 미리 계획해보기를 권해본다.

인생을 계속 영화에 비유해보자면 죽음은 곧 엔딩 크레딧과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중간 전개가 아무리 아름다웠더라도 엔딩이 개연성도, 메시지도 없이 허망하게 끝이 나 버린다면 그건 잘 만든 영화 혹은 좋은 영화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해, 나를 위해 잘 사는 법을 고민하고자 한다면 나를 위해 그 마지막 순간에까지 잘 죽는 법, 즉 웰다잉(Well-Dying)까지도 미리 고민하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죽을 때에 죽지 않도록 죽기 전에 죽어두어라. 그렇지 않으면 정말 죽어버린다’라는 엥겔스의 말처럼 말이다. 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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