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마트를 한 번도 안 갔어요.”

김세연(24∙여∙부산 수영구)씨는 퇴근 후 다 떨어진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켰다. 쿠팡(Coupang)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 물티슈와 샴푸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터치 몇 번으로 결제가 끝났다. 내일이면 주문한 물건들이 집 앞으로 배송된다.

김씨는 쿠팡 로켓 와우 클럽의 회원이다. 쿠팡 로켓 와우 클럽은 매달 2900원을 내고 무료 배송, 로켓 배송 등의 혜택을 누리는 ‘구독 경제’의 일종이다. 그는 2020년 8월 이후 13개월째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계속해서 구독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김씨는 “무엇보다 장을 보고 무거운 짐을 들고 오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너도, 나도 구독 중... 구독 경제 열풍

최근 구독 경제 시장이 커졌다. 구독 경제의 사전적인 뜻은 “일정 기간 정해진 돈을 내고 상품,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경제활동”이다. 새로 생겨난 개념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옛날부터 신문, 우유와 같은 물건을 ‘구독’했다. 하지만 이제는 차원이 달라졌다. 넷플릭스(Netflix), 왓챠(WATCHA) 등과 같은 문화 콘텐츠 분야를 넘어 꽃, 그림과 같은 인테리어 제품, 심지어 세탁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까지 구독이 가능해졌다.

9월23일 취업포털 인쿠르트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7명은 구독 경제를 이용 중이다. 인쿠르트가 성인 80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8.5%는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현재 이용 중'이라고 답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40.1조 원으로, 2016년 대비 55%가 상승했다.

정기 구독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도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9월23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1년 8월 한 달간 넷플릭스에서 결제된 금액은 역대 최고 수치인 753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결제자 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3% 상승한 514만 명이었다. 

인테리어 구독 상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초로 꽃 배달에 정기 구독 형식을 결합한 꾸까(Kkuka)는 원하는 꽃다발 크기와 요일을 지정하면 2주에 한 번 꽃을 배달해준다. 꾸까의 2020년 4월 매출은 14억 원으로 역대 최고이다. 누적 구독자 수도 32만 명에 달한다. 

 

생필품부터 속옷까지… 소비자들은 왜 ‘구독’할까

코로나19로 외부 활동 및 외출이 힘들어지자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소비 형태인 구독 경제의 수요가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2020년 2월부터 6월까지 ‘구독경제’ 키워드가 언급된 횟수는 2013건이다. 2019년 동기 대비 4.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또한 과거는 구독 형식으로 소비할 수 있었던 제품이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필품, 속옷, 술,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집에서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모두 소비할 수 있다.

실제 ㄱ(생명∙19)씨는 인더웨어(Inthewear)의 ‘월간 가슴’ 서비스를 구독 중이다. 월간 가슴은 소비자가 자신의 체형을 입력하면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이를 바탕으로 매달 속옷을 배송해준다. ㄱ씨는 “이전에는 속옷을 어떻게 사야할 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간 가슴’에서 가슴 치수를 재는 방법과 함께 줄자를 보내줬고, 이후 본인의 정확한 사이즈를 바탕으로 잘 맞는 속옷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월간 가슴’을 통해 속옷을 고르는 시간도 줄었고, 나에게 맞는 속옷을 구매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합리적인 가격도 한 몫 한다. 쿠팡 로켓 와우 멤버십을 구독 중인 한은솔(24∙여∙경남 양산시)씨는 해당 서비스 구독 이유에 대해 “가격이 착했다”고 밝혔다. 4년째 넷플릭스(Netflix)를 구독 중인 이선진(경영∙18)씨 역시 “프리미엄 구독권을 4명이서 나눠 낼 수 있으니 가격 측면에서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천혜정 교수(소비자학과)는 이 같은 구독 경제 활성화의 이유에 대해 “소비자들의 개성이나 취향을 존중하는 트렌드를 잘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개인화된 맞춤형 큐레이션(Curation)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취향의 확장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며 “정보와 상품의 과잉 상태에서 그들이 느끼는 피로를 줄여주는 것 또한 요인이다”고 덧붙였다.

 

구독 경제, 생각해봐야 할 점은

‘구독 경제’의 붐과 함께 한 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소비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독 경제의 경우 ‘첫 달 무료’와 같은 초기 구매에는 돈이 들지 않아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기도 한다.

김해인(24∙여∙부산 기장군)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웨이브(Wavve)를 구독했다. 웨이브는 베이직 이용권을 기준으로 매달 7900원을 내면 자유롭게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김씨는 구독을 해지한 이유에 대해 “첫 달 무료라 구독을 시작했는데 이후에는 거의 보지 않았다”며 “나중에는 내가 구독 중인 것도 잊은 채 돈을 냈다”고 전했다. 

3월부터 3개월 간 쿠팡 로켓 와우 멤버십을 구독한 정서인(24∙여∙경남 양산시)씨 역시 “무료라는 말에 혹해서 구독했는데 처음 일주일을 제외하고는 주문도 안 했다”며 “’쓰겠지’하는 마음에 해지하지 않았는데 결국 쓰지 못해 아깝다”고 말했다.

정서인씨가 쿠팡 로켓 와우 멤버십을 통해 주문한 물티슈. 제공 = 정서인씨
정서인씨가 쿠팡 로켓 와우 멤버십을 통해 주문한 물티슈. 제공 = 정서인씨
정서인씨가 쿠팡 로켓 와우 멤버십을 통해 주문한 물티슈. 제공 = 정서인씨
정서인씨가 쿠팡 로켓 와우 멤버십을 통해 주문한 물티슈. 제공 = 정서인씨

천 교수는 이렇게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위한 몇 가지 방안을 추천했다. 그는 “구독하기에 앞서 구매 비용과 구독 비용을 비교하고 의무 사용 기간 등 의무사항에 대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반복 결제에 의한 관심 저하, 혹은 번거로움이나 귀찮음을 노리는 ◆다크 넛지 상술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뿐 아니라 사업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천 교수는 “사업자의 경우 계속거래의 해지 시 위약금 안내, 서비스 제공 상황 모니터링 제공 등을 성실히 수행해야한다”며 “또 이에 대한 법적 측면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구독 경제 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의 많은 IT기업이 구독경제에 뛰어들고 있다. 8월31일 SK텔레콤이 ‘T 우주’라는 구독형 서비스를 출시했다. T 우주는 아마존(Amazon), 웨이브(Wavve),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부터 OTT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사업이다.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가입자 수 3600만명과 8조원의 거래액을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25년까지 국내 구독경제 시장이 1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역시 세계 구독 경제 시장이 같은 해 1조 50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크 넛지: 기업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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