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6월 20일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 나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독대했다. ‘척 져왔던’ 20대 여성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칠 것이냐는 질문을 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국민의힘 지지율의 문제는 20대 남성이 아니라 20대 여성인데, 20대 여성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생각이신지 여쭙고 싶습니다”라고 질문했다. 또 한국 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20대 여성 지지자 비율이 8%를 벗어나지 못함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20대 여성의 대부분은 거대 양당 모두 지지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있음을 역설했다. 남녀 갈라치기로 국민들끼리 싸움을 붙여서 분열케 만드는 정치가 아닌, 사회 양극화, 주택난, 비정규직, 청년 실업 문제 등 보다 건설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음 날, 방송사와 신문사에서는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인터넷 기사에는 “이대년, 쑈한다” “또 해줘 해줘 하는 모습이라니…” “이대녀는 일단 군대부터… 아님 애를 낳던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기사를 제대로 읽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그들은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관심도 없었다. 기사와 방송 헤드라인 역시 행사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 중 나를 강조했다. 그냥 내가 20대 여성이라서, 내가 이화여대에 다니고 있어서, 그리고 이화여대에 다니는 20대 여성이 여성 정책에 관해 묻고 있어서. 나는 그들에게 가십의 대상일 뿐이고, 물어뜯기 쉬운 먹잇감이었다.   

  이런 비논리적인 댓글에 논리적으로 답을 하려니 기가 찼다. 비단 나의 사례뿐만 아니라 현재 뉴스 댓글의 전반적인 상황이 이렇다. 얼마 전 할로윈데이에 불법촬영을 당한 여성의 기사에 수많은 성희롱 댓글이 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비난이나 피해자에 대한 연민이 아닌, “보여주려고 입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팽배했다. 어떤 옷을 입었다는 게 자신의 신체를 불법적으로 촬영 당해도 된다는 뜻은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그 댓글들에 달린 몇천 개의 ‘좋아요’까지. 어쩌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 비겁해졌나.

  건전한 언론 생태계를 위해서는 먼저 언론인들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폭력적이라면, 그 기사의 의도는 오도된다. 모두가 살기 팍팍한 세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진 누리꾼들의 합리적인 댓글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댓글로써 남을 상처 주고 비난하는 것 대신, 건설적인 비평을 이루는 문화는 자기성찰로부터 시작한다. 양귀자 선생님의 소설 <모순>에 있는 한 구절이 생각났다. “나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 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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