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중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익중 사회복지학과 교수

단 한 명이라도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이 이 글의 소박한 목표다. 책을 왜 읽는가? 나는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너무 많고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찾지 못해 읽는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듣던 말 중 하나가 책을 읽으라는 것이었다. 청개구리처럼 시키면 더 하기 싫어 책을 멀리한 적도 있었지만 나름 책과 가까이 지낸 편이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 주변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역사를 보면 책을 읽고 상상한 사람에 의해 세상은 발전해 왔다. 처음에는 ‘미친’ 생각으로 치부되다가 후대에 또 다른 사람에 의해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바통을 계속 넘겨주며 달려가는 경주, 학문적 지성 릴레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뉴턴이 한 말이다. 이전의 과학자, 거인들이 책에 남겨놓은 지식에 기반을 두지 않았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뉴턴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수 있다.

 

진영논리와 편협함에서 벗어나려면
늘 불안하고 삶의 의미를 찾고싶다면
변화의 시작은 독서 습관 들이기

이렇게 책은 문명의 전수와 발전의 도구이다. 인간은 길게 살아봐야 100세가량 살 수 있는데 생애 동안의 직접 경험만으로 인류가 진보할 수 있었을까? 책에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경험한 것들이 녹아 역사를 계속 이어간다. 심지어 평범한 나도 책을 쓸 때 가능한 내 모든 것, 그 당시 내가 가진 최고를 쏟아붓는다. 책은 저자가 과거 전문가의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견한 것을 압축한 경우가 많다. 책을 읽으면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지식을 얻는 데 필요한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편협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일종의 패거리 문화처럼 진영 논리에 빠져 극단적 경쟁과 대립을 하고 있다. 일단 진영논리에 갇히면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마음까지도 닫기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주장을 잘 듣고 나와 다른 점이 무엇이고 서로 양보하거나 수용할 부분은 없는지를 살펴보는 지혜와 여유를 찾기 힘들다. 그건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그럴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책이다.

독서는 자기 울타리 안에 갇혀 생긴 편견을 없애고 다른 사람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책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만날 수 있다. 그런 만남을 통해 사람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읽어 아는 게 많아질수록,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고, 내가 참 좁은 세계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겸손해진다. 겸손해지면 인간관계를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변화하는 시기에 책을 읽지 않고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읽어야 산다’의 비장함보다는 ‘읽어야 살아남는다’는 절박함이 더 맞을 것 같다. 현재가 만족스러운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읽어야 산다.

현대인은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시기에 책은 실마리나 답을 주고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게 해준다. 항상 같은 행동과 생각을 하며 똑같은 일상을 살다 보면 편안하지만 자아를 발견하기 어렵고 무력해진다. 책은 관습적 사유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동력을 준다. 책은 의문 없는 것에서 의문을 일으키고, 의문이 있는 것에서 의문이 사라지게 만든다. 결국 모든 변화의 시작은 책인 경우가 많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내 작은 습관부터 바꿔나가자. 그 시작은 독서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뼈 때리는’ 충격이 전해지는 구절을 만나게 된다. 삶에 대한 안목이 열리고 인격이 성장하는 순간이다. 좋은 책은 나를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책을 읽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플라톤의 말처럼 아름다운 일은 어렵다. 유혹이 많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유혹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없다. 세상에 지식을 쉽게 얻는 방법도 많다. 버튼만 누르면 바로 답이 나온다. 그러나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간다. 힘들수록 오래 남는다. 아무리 좋은 글도 스스로 곱씹어 소화하는 나의 고심과 숙고가 얹히지 않으면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책은 즉시 결과를 바라는 현대 사회의 생리와 맞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바로 좋아지지 않는다. 언제 좋아질지도 모른다. 책을 읽지 않아도 겉으로는 아무런 표시도 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책만 읽으라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한 번 믿어보자. 내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이 대부분 책 안에 답이 있다.

처음에는 책이 지루해서 사람을 지치게 만들 수 있다. 참고 견뎌야 답이 온다. 시간이 나면 책을 읽겠다고 연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생에서 미뤘던 것이 성공한 적이 있는가? 결심하면 바로 당장 실천하는 버릇을 몸에 들이는 것이 좋다. 지금 읽자, 또 읽자, 계속 읽자.

정익중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미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동빈곤, 학대와 청소년비행에 관해 연구한다. 한국형 빈곤아동 조기지원 서비스의 정착, 실종아동법 제정, 학대아동보호서비스 발전에 기여했고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저서로 ‘빈곤영유아의 발달과 적응’(공저), ‘아동실종의 이해’(공저), ‘아동복지론’(공저), ‘아동청소년 방과후 서비스의 현황과 과제’(공저), ‘청소년복지론’(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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