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새끼, 금쪽 상담소. 요즘 세간의 관심이 쏠린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오은영 박사가 사연자의 행동 개선에 도움을 준다. 금쪽은 ‘아주 작은 금’ 혹은 ‘아주 귀한 것’을 이르는 말로, 여기선 후자가 사연자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아이뿐 아니라 성인까지도 ‘금쪽’으로 분류되는 건 어쩐지 낯간지러울 수 있겠다. 옛날 옛적 전래동화에서나 부모가 아이를 어화둥둥 안으며 금 같은 내 새끼라고 했지 싶을지도 모른다.

유년 시절에 어린아이들은 쉬이 보호의 대상이 된다. 성장하면서 정신적 성숙이 함양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다. 이로써 발생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은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갉아먹는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베이비붐 세대와 그 밑의 X세대에게는 정신보다 육체를 돌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니 그들에게 정신질환과 정신과 방문이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닌 현시대 상이 달갑지 않을 수 있겠다. 실제로 많은 부모는 10대부터 2·30대에 이르는 자녀들의 우울증에 정신력 쇠약을 원인으로 진단한다.

이러한 역지사지의 부재는 기성세대와 디지털 세대(밀레니얼 세대 및 MZ 세대) 간 갈등의 근본적 이유일지도 모른다. 기성세대가 주도해온 회식문화는 개인주의가 도래함에 점점 몸집을 줄여가고 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 식당 영업시간이 단축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이는 가속화됐다. 위드 코로나가 선언됐다 해도 팬데믹으로 뉴노멀을 경험한 사람들이 전으로 돌아갈 마음이 있을 리 없다. 디지털 세대는 이미 잘 가고 있는 기차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인 노선으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게다가 현재 자신이 탄 기차가 아닌 다른 철로를 선택한 기차들의 소식도 알 수 있어 고민은 깊어진다. 시야가 넓어짐에 따라 자아실현과 노동이 겹치지 않은 채, 24시간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는 경우에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더 좋은 선택을 위해 이직을 감행한다. 그 때문에 회식과 같은 조직 연대 행위는 일시적이며 부차적인 것에서 그친다.

하지만 이것이 기성세대에게는 정 없어 보이기 십상이다. 디지털 이전 세대의 경우, 연료를 준비해 기차를 출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사람이 십중팔구였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금쪽’ 프로그램 이야기로 돌아오자. 오은영 박사는 매주 등장하는 사연의 주인공들을 나무라거나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의 배경과 상황에 공감해 판단한다. 나이 듦의 특권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다. 타인을 멋대로 재단하지 않는 자는 소위 말하는 꼰대가 아닌 나이 있는 조언자로서 자연스레 군림할 수 있다. 그 권력은 결코 자의가 아닌 타의로써 지어졌을 테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