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4일 오전11시 경 신혜빈씨(왼쪽)와 이민희(사복∙19)씨가 작은 짜이집 동아리방에서 차를 끓이고 있다. 김나은 사진기자

9월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대동제가 진행됐다. 대동제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각 동아리 굿즈를 판매하거나 유튜브(Youtube)를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하는 등의 활동들이 이어졌다. 본교 사회연대분과 소속 중앙동아리 ‘작은 짜이집’도 대동제에 참여했다.

대동제 개막 하루 전, 이제는 한적한 게 익숙한 학생문화관에서도 4층 한 켠은 홍차 향으로 가득했다. 밀크티를 직접 끓여 판매하는 동아리인 작은 짜이집 동아리원들은 대동제에서 판매할 밀크티를 준비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했다. 본지는 9월27일 작은 짜이집 회장 신혜빈(디자인·18)씨를 만났다.

연합동아리로 시작해 현재는 소수 대학 몇 곳에만 남아있는 작은 짜이집의 역사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작은 짜이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작은 짜이집은 인도에서 유래된 ‘◆짜이’라는 밀크티를 만든다. 이태원에서 직접 인도 식자재 판매상에게 구매한 인도 찻잎을 물과 함께 끓인 뒤, 설탕, 우유와 함께 다시 끓이면 작은 짜이집만의 밀크티가 완성된다. 대동제를 준비하던 작은 짜이집 부원들은 동아리방에서 손부채질해가며 밀크티를 끓이고 있었다.

“찻잎을 끓인 물이 검은색이 될 정도까지 우려내야 해요. 맛을 봤을 때 이거 정말 사약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려야 맛있는 밀크티가 나오거든요.”

작은 짜이집도 여느 동아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19로 힘든 2020년을 보냈다. 학생문화관 1층에서 부스를 열어 밀크티를 판매하는 활동을 포함해 대부분의 활동이 중단됐다. 동아리 축제인 ‘동감’에서 굿즈를 판매한 것을 제외하고는 동아리 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다. 신씨는 “갑자기 맞이하게 된 상황이라 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이러다 동아리가 없어지면 어떡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작은 짜이집 회장인 신혜빈씨가 동아리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하지만 2020년은 작은 짜이집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스에서 밀크티를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찻잎만을 끓인 원액을 판매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동아리방에서 끓인 원액을 동아리원 각자의 집으로 가져가 우유와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귀리 우유, 아몬드 우유 등에 타 먹어 보는 과정에서 비건 밀크티도 함께 만들어 판매하게 됐다.

밀크티 원액을 판매하기로 결정된 이후부터는 작은 짜이집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해 예약 주문을 받았다. 주말 동안 예약 폼을 통해 주문된 밀크티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프라인 부스를 통해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진행했다. 대동제 때도 마찬가지로 예약 주문을 받아 대동제 기간 동안 오프라인 부스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밀크티 원액은 100mL 병에 담아 약 170병을, 비건 밀크티는 50병을 판매했다.

작은 짜이집은 밀크티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 일부를 기부해 오고 있다. 2017년까지 제3국 결손 아동들에게 기부해왔고, 2018년부터는 마포구에 위치한 애란영스빌에 기부하고 있다. 애란영스빌은 청소년 미혼양육모를 지원하기 위한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이다. 청소년 미혼모들은 이곳에서 중고등학력을 취득하고 직업교육을 마친다. 작은 짜이집의 기부금은 청소년 미혼모들의 의료비, 교육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애란영스빌 표승희 원장은 “정성이 모인 응원과 사랑이 엄마와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데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작은 짜이집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최근 작은 짜이집은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굿즈 디자인부터 작은 짜이집 만의 로고, 타입 페이스, 시그니처 색상을 정하고 캐릭터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브랜딩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씨는 “동아리에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많기도 하고, 같은 제품이더라도 브랜드 비주얼이 매력적일 때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들의 목표는 코로나 19 상황이 나아진 뒤 작은 짜이집의 상징인 짜이를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동아리 브랜딩을 확실하게 해서 작은 짜이집을 교내 유일무이 밀크티 동아리로 자리매김시키고 싶어요. 또, 저와 우리 동아리 부원들의 일관된 의견인 만큼 수익을 더 내서 애란원뿐 아닌 다양한 여성 단체로 기부를 더 넓혀나가고 싶습니다.”

 

◆짜이(Chai):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의 차 음료. 홍차에 우유, 설탕,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든 인도식 밀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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