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중간고사 공부를 하며 가을이 찾아왔음을 깨닫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금 전 저는 ‘할 것 같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는데, 이는 제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 습관 중 하나였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면서 제 의견을 부드럽게 피력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쁘지 않은 화법이라고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타인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나름대로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말하는 습관이 인생에도 스며들었는지 점점 유예하는 시간이 늘어갔습니다. 어떤 결정이 필요할 때에도 ‘해야 할 것 같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며 의견을 수용해보려는 척 선택을 미뤘습니다. 이는 자기 확신이 부족한 태도로 연결됐고, 결국 ‘그래서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누군가의 답변을 들으며 저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대방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말투가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건 당시에는 꽤나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의 여성들을 봤습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말투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때론 겸손함이라는 이름 아래 의견에 대한 주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곤 했습니다.

탈피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회에서 주장이 강한 사람은 배척될 수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학보 기자 활동을 시작하고 외면받거나 혹은 연대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의견을 내고 확고하게 말을 뱉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대학보의 국장의 자리에 오게 된 이후에는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 제가 주장해왔던 것들이 ‘실제와는 다르지 않을까’, ‘듣는 이들에게 강압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애매해지지 않으려 합니다. 저를 믿고 함께하는 학보 기자들과 독자들, 그리고 취재를 위해 도와주시는 취재원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이대학보를 만들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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