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공부’부터 ‘일상 생활’까지,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 적응 멘토로 활동하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은 꾸준히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과거보다 거세진 ‘한류 열풍’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간단한 상품 결제부터 서류 작성까지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본교 언어교육원을 찾는다.

언어교육원은 정규 수업 이외에도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보다 수월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한국어 도우미 제도를 운용 중이다. 한국어 도우미들은 언어교육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낯선 한국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본지는 한글날을 맞아 한국어 도우미로 활동하는 이화인들을 만났다.

 

박민제씨 증명사진. 제공=박민제씨
박민제씨 증명사진. 제공=박민제씨

박민제(국제·21)씨는 입학 후 3학기째(언어교육원 학기 구분 기준) 한국어 도우미로 봉사하고 있다. 그가 한국어 도우미를 자처하게 된 계기는 타지 생활 경험이었다. 그는 고등학생 때 약 3년 정도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낯선 중국어로 친구를 사귀고 공부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중국 친구들과 선생님의 도움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자신 또한 한국어를 배우러 온 외국인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한국어 도우미 활동을 시작했다. 

박씨는 한국어 도우미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일화 중 한 가지로 말레이시아 학생과의 공부 경험을 꼽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유학을 온 추얼(Chu Er) 씨는 이전에 여행 차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었고, 더 오랜 기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해 보고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 유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어가 익숙지 않았기에 교과서뿐만 아니라 박씨가 직접 출제한 응용문제나 말하기 문제로 함께 공부했다. 그 결과 추얼씨는 학기 말에 한국어 집중과정반 시험에서 상위권 등수에 진입하는 성적을 받았다. 

이 외에도 박씨는 외국인 학생의 코로나19 백신 예약을 도와주며 한국 생활 적응을 도운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의 경우 백신 예약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외국인 학생 대신 지역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가며 정보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외국인 등록이 된 외국인의 경우 COOV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백신 예약을 할 수 있지만, 박씨가 맡았던 외국인 학생은 외국인 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외국인 학생과 직접 구청을 찾아 외국인 등록을 마치고 백신 예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어려운 점도 많다고 전했다. 특히 한글에만 있는 느낌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정’, ‘이웃사촌’ 등의 단어가 그 예이다. “왜 이웃에 사는 사람을 사촌이라고 부르는지 한국 특유의 정서를 설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영어 단어도 없고요. 하지만 동시에 한글만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곧 다가올 한글날을 맞아 박씨에게 한글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글 단어가 있음에도 그것을 영어로 바꿔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한글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넷플릭스(Netflix)에서 한국의 민속놀이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오징어 게임’이 유행하고, 방탄소년단이 뉴욕 유엔(UN·United Nations) 본부에서 공연을 하는 등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문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모든 문화의 기반에는 한글이 있기에 한글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씨 증명사진. 제공=이지원씨
이지원씨 증명사진. 제공=이지원씨

이지원(경영·20)씨는 1학기 동안 노르웨이에서 온 학생의 멘토로 활동했다. 이씨는 한국어 공부를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의 한국 생활 적응 전반을 도왔다. “외국인 학생이 외국인 등록을 할 때 필요한 서류 작성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외국인 학생이 온라인 결제 과정에서 영어 지원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결제 과정에 있는 내용을 직접 번역해 주며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씨는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경험을 통해 케이팝(K-POP)의 위력을 크게 느꼈다고 했다. 그는  “담당한 외국인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케이팝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 밝혔다.

이씨는 “한글이 지구상의 많은 문자들 중에서 창제 목적과 원리가 믿을 수 있는 문헌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문자이고, 자신의 감정을 가장 순수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는 점에서 정말 우수한 문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 한 친구로부터 ‘너는 참 따수운 사람인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따뜻하다’라는 말과 ‘따숩다’는 거의 같은 말이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좀 더 다르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어느 나라의 언어로 ‘따숩다’를 번역해도 특유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질 것 같지는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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