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수급난 장기화, 헌혈 점유율 높은 20대 헌혈자도 감소

9월24일 오후4시 경 헌혈의 집 신촌센터 혈액 보관 냉장고의 모습. O형 혈장과 B형 혈장이 한 팩씩 보관돼 있다. 김영원 사진기자
9월24일 오후4시 경 헌혈의 집 신촌센터 혈액 보관 냉장고의 모습. O형 혈장과 B형 혈장이 한 팩씩 보관돼 있다. 김영원 사진기자

전국적인 혈액보유량 부족과 헌혈자 수 감소로 헌혈의 집과 의료기관은 열악한 혈액 수급 상황에 직면했다. 9월30일 기준 혈액 보유량은 4일분으로 적정 혈액 보유량인 5일분에 못 미치며 혈액 수급 부족 징후인 관심단계에 해당한다. 통계청의 헌혈자 수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헌혈실적이 약 292만 건에서 약 261만 건으로 줄었으며 헌혈 가능인구 대비 헌혈률은 7.80%에서 6.63%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헌혈자 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월평균 헌혈자 수는 약 20만3000명이고 2021년 월평균 헌혈자 수는 약 20만1000명인 것으로 나타나 올해도 감소 추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체 헌혈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20대 헌혈자 수가 감소하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20대 헌혈자 수가 2016년 약 117만 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에는 약 101만 명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 위기 속 100만 명 선이 깨지고 약 94만 명을 기록했다. 본지는 9월24일 오후4시에 열악한 혈액 수급 상황 속 혈액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헌혈의 집 신촌센터를 직접 찾아가 봤다.

 

9월24일 오후4시 경 한 자리를  제외하곤 모든 헌혈 의자가 비어있었다. 김영원 사진기자
9월24일 오후4시 경 한 자리를 제외하곤 모든 헌혈 의자가 비어있었다. 김영원 사진기자

본교와 가장 가까운 헌혈의 집 신촌센터는 신촌역 4번 출구와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오후4시~7시가 헌혈의 집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지만, 오후4시 경 방문했을 때 대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헌혈실로 들어가니 7개의 헌혈 의자 중 6개가 비어 있고 오직 한 명의 헌혈자만 있었다. 입구에 직원 한 명, 문진실에 직원 두 명, 헌혈실에 직원 두 명이 있는 것에 비해 헌혈자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혈액 보관 냉장고에는 혈장 2팩뿐이었다.

 

혈액이 원활하게 나오게 하기 위해 공을 주무르고 있는 장영씨 김영원 사진기자
혈액이 원활하게 나오게 하기 위해 공을 주무르고 있는 장영씨 김영원 사진기자

헌혈의 집 내 유일한 헌혈자 장영(35·남·서울 마포구)씨는 “프리랜서여서 시간 날 때 간간이 헌혈을 한다”며 “몇 달에 한 번씩 헌혈의 집을 방문하고 있고 신촌센터는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이전부터 가끔 헌혈을 해왔다는 장씨는 헌혈자 감소 추세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수혈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실감했겠지만 잠시동안 헌혈을 하고 가는 사람이라 실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기자가 그에게 헌혈의 집이 붐비는 금요일 오후4시에 헌혈자가 본인 한 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하자 그는 매우 놀라 주변을 둘러보며 헌혈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대학가에 위치한 헌혈의 집 신촌센터는 20대 헌혈자가 주요 연령층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와 대학의 비대면 수업 전환의 영향으로 신촌센터에서만 2017년과 2020년 3년 사이에 20대 헌혈자가 약 3500명 줄었고 2019년과 2020년 1년 사이에 약 1500명이 줄었다. 헌혈의 집 신촌센터 이연희 간호사는 20대 헌혈자 수가 매년 1000명 이상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혈의 집 신촌센터 간호사 이연희씨. 이씨는 혈액 보유량이 저조함을 강조하며 건강하다면 누구나 헌혈에 동참하기를 당부했다. 김영원 사진기자
헌혈의 집 신촌센터 간호사 이연희씨. 이씨는 혈액 보유량이 저조함을 강조하며 건강하다면 누구나 헌혈에 동참하기를 당부했다. 김영원 사진기자

이후 5시까지 신촌센터에 4명의 헌혈자가 방문했다. 이 간호사는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방문자가 많은 편”이라며 “요즘에는 헌혈자가 동시에 여러 명 있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심지어 아무도 없을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에 평일에는 하루 평균 약 50명, 주말에는 약 80명이 방문하던 신촌센터는 현재 평일에 하루 평균 약 20명, 주말에는 30명에서 40명만이 헌혈을 한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헌혈자 수가 50%이상이 줄어들어 곤란을 겪고 있다. 이 간호사는 “예전 같았다면 헌혈자가 많아서 인터뷰에 응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며 혈액 수급 부족 위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부족한 혈액 종류는 ◆전혈과 ◆혈소판제제로, 전혈 헌혈과 ◆혈소판 성분헌혈이 부족해 발생한 문제다. 수혈용 혈액인 전혈이 일평균 5일분 이하로 떨어져 가장 급하다. 백혈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혈소판제제는 혈액 수명이 5일로 매우 짧고, 혈소판 성분헌혈 소요 시간이 길어 헌혈자가 많지 않아 부족하다.

이 간호사는 당부의 말로 “사실 건강하신 분들은 헌혈 부족이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헌혈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어 헌혈의 집에서 체감하는 혈액 수급 부족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라 전했다.

“건강하신 분 누구나 헌혈에 참여하실 수 있고 헌혈은 안전하니 신분증 지참하셔서 헌혈의 집에 많이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혈: 혈액의 모든 성분(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을 채혈한 혈액의 한 종류.
◆혈소판제제: 혈액의 성분 중 하나인 혈소판을 따로 분리해 모은 혈액의 한 종류. 혈소판 감소증 또는 혈소판 기능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지혈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혈소판 성분헌혈: 성분 채혈기를 이용하여 혈소판만을 채혈하고,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주는 헌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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