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들뢰즈 철학의 특징은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아마도 다음 세 가지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들이 아닐까 한다.

첫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시대의 다른 프랑스 철학자들과 달리 그는 고전적인 철학자들과 소설가들에 대한 연구서들을 유난히 많이 남겼다.

칸트, 니체, 스피노자, 베르그송, 프루스트, 카프카등에 관한 저작이 그것이다.

고전 철학에 대한 뛰어난 연구서로서 높이 평가되는 이 책들에서 들뢰즈는 주로, 한 철학자의 체계 내에서 눈이 잘 띄지 않은 주변에 위치함 개념들(예컨대, 칸투의 "공통감각" 스피노자의 "표현")을 찾아내, 그 개념들 위헤 그 철학자의 전 체계를 근거지우는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차이와 반복등의 저작을 통해 전개된 그의 존재론적 사유를 들수 있겠다.

들뢰즈는 자기만의 독특한 존재론적 사유를 통해 고전적인 인식론이 존재자들의 차이를 파악하는 전체주의적 사고 방식과 연결되며, 또 타문화를 평가절하하는 서구의 자기 중심주의의 근간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은폐된 존재자들의 차이의 발견은 서구 문화의 전체주의적 성향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세번째, 들뢰즈를 유명하게 만든 사회 철학적 작업들을 꼽을 수 있다.

들뢰즈는 프로이트와 외디푸스 컴플렉스 드으이 개념을 통해 가족 관계 안에서만 파악했던 욕망이 본질적으로는 사회적, 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낸 철학자다.

이 세번째 것이 "앙띠 오이디푸스"의 저작을 통해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들뢰즈의 철학적 성과일 것이다.

들뢰즈는 이 모든 철학적 작업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번에 나온 들뢰즈의 철학사상은 특히 이 연관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들뢰즈는 세번째 측면에 많이 편중된 모습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특히 첫번째 측면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 이느 ㄴ그의 철학을 이해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왜나하면 이미 소개한 특징말고도, 고전 철학에 관한 그의 연구서들은 숨겨진 또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책들은 이후 들뢰즈가 자신의 독창적인 사유를 전개하는데 수시로 사용하는 중요한 개념들을 캐내는 광산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요켠대, 그는 고전 철학 연구를 통해 세공한 개념들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당대 현실의 "철학적 초상화"를 그려내는데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들뢰즈의 철학 사상은 특히 베르그송, 니체, 스피노자, 이 세사람의 철학자가 얼마나 풍족한 철학적 도구를 들뢰즈의 사유에 제공했는가를 추적한다.

그 가운데서도 스피노자에 대해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는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스피노자의 "표현"의 이념은 접힌 것을 펼치고 감싸들이는 상반되는 작용이 모순없이 동시에 일어나는 운동을 기술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들뢰즈는 스피노자에게서 발견한 이 표현 개념을 이런저런 대상들에다 적용하며 자신의 가장 중요한 개념적 도구 가운데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루스트와 기호들"의경우 이 "표현"의 운동은 본질을 감추고 있는 "기호"에서 나타난다.

기호는 항아리처럼 그 안에 본질을 감싸고 있고 해석자의 해석을 통해 기호 안에 차곡차곡 졉혀져 있던 본질은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표현의 이념 말고도 스피노자적인 영감은 들뢰즈의 사유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들뢰즈가 이런 개념들을 구체적인 맥락에서 어떻게 적용하는가를 추적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런 개념들에 본성에 대한 들뢰즈의 철학사적 탐구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전위적인 사유가 고전 철학과 가지는 관계가 무엇인지, 들뢰즈 철학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느 문을 통해 들죄즈 철학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분명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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