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도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대부분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입학한 1, 2학년 학생들은 대학 생활 자체를 비대면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만약 내년에 대면 수업으로 정상 복귀되더라도 오히려 교실 환경에 부적응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3, 4학년이거나 이미 졸업해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달라진 취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불안감이 클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목적은 개인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된 목적은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방향성을 탐색하고 구체적인 지식과 전문성을 습득하기 위함일 것이다. 외국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창업으로 성공한 청년들 사례가 일부 소개되지만 아직은 예외적 경우로 보인다. 국가 자격시험을 거치는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생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런데 산업계가 선호하는 인재의 유형이 대폭 바뀌고 있다. 기업이 채용하는 신입 직원의 80% 정도가 이공계 전공이라고 한다.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기반 경제 확산은 산업 판도를 바꾸어 놓았고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첨단기술 이해력이 높은 이공계 전공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문과 계열 전공자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던 금융권이나 대기업 경영 직군도 이제는 이공계 전공자를 뽑는다. 우리 대학만 하더라도 문과, 이과 전공자의 비중이 대략 6대4 정도임을 고려하면 학생들의 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은행권을 비롯해 문과 전공자를 일부 뽑는 기업들도 일반직 직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디지털 인·적성검사을 본다. 자기소개서에는 소위 ‘디지털 에세이’를 요구하여 디지털 전환시대에 기업의 변화 방향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을 묻는다.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을 평가하기 시작했는데 불안한 학생들은 디지털 역량과 코딩 스킬을 배우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산업 트랜드 변화에 맞춰 기업은 현장에서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대학이 낡은 이론만 교육하고 실무능력은 외면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4년제 대학은 학문연마와 연구에 본연의 역할이 있고 기업 현장의 실무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학생들의 좌절과 함께 대학 역할에 대한 사회의 비판이 이어질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의 역할과 기업의 역할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학술적 기반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비판받을 수는 없다. 다만 학생들이 졸업 후 경제적 기반을 갖는 취업에 이르는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대학이 제도 개선을 치열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획일화된 학사구조와 운영 방식으로는 산업 생태계 재편에 따른 고용시장의 근본적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현행 전공별 교육 방식에서는 학생들이 졸업 이수학점 채우느라 움직일 틈이 없다. 전공별 주요과목들을 모듈화하여 학생들이 추구하는 커리어에 맞춰 4년 동안 모듈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전공에 대한 전문적 심화 교육은 대학원 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서비스업과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제조-서비스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 학생들이 이공계 과목 모듈과 인문·사회·예술 과목 모듈을 함께 선택할 수 있다면 융합인재가 될 것이다. 아울러 대학에 필요한 교수는 어떤 역량 소유자이고 채용 후에는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지와도 연결된 이슈이다. 지금처럼 모든 전공의 조교수에서 정교수에 이르기까지 일률적인 연구업적 평가를 유지하는 한 학생지도가 크게 달라질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인재 양성을 오로지 대학의 책임으로 돌리는 기업은 미래가 없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조직문화에 맞게 스스로 인재를 양성하지 않고 다 갖춰진 사람을 외부에서 데려오려는 기업은 미래의 리더를 키우기 어렵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기업의 소명으로 삼는 기업들이 확산되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햄버거 기업인 맥도날드는 오래전에 ‘햄버거 대학’을 세우고 세계 각국에서 일하는 임직원을 교육하여 장수기업이 되었다. 혁신제품 발명으로 유명한 전자업체 다이슨은 영국의 미래를 위해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다이슨 대학’을 운영한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가 인문계·예능계 비전공자들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과정을 내실있게 운영하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적자원에 대한 철학과 전략이며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공헌이다.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은 다양한 부문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심화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규졸업자를 외면하는 기업의 경력자 위주 채용은 취업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있다. 대학은 산업 트랜드 변화를 접목하는 교육을 통해, 기업은 인재 양성의 열린 철학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깨 처진 청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채워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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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련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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