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다시 유리창에 비쳐 사진 찍는 나의 옆모습을 직접 뷰파인더로 목격했다. 사진을 찍고 노래 하나가 떠올랐다.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1987)이다. “이제 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후렴구 가사가 마음에 가득 채워져 여러 생각이 들었다.

벌써 4학년이 됐다. 매 학기 시간표를 만들고 수업 외 시간에는 아르바이트와 동아리를 끼워 넣으며 바쁘게 살았다. 스스로 만든 마감 기한에 휩쓸리기도 하고 숨 쉴 틈을 찾으면서도 종강하면 쉬는 것이 어색해 방학에도, 휴학 중에도 할 일을 찾았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대학을 다니며 계속 채우려고만 하고 비우려 한 적이 없었다. 그 결과 지금은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제는 비우려 한다. 더 보태지 않고, 비우는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살펴봐야겠다. 빈 곳에는 사진 찍는 내 모습을 비춰봐야지. 졸업을 앞뒀거나 한창 시간을 채우고 있는 독자들도 함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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