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연(중문‧17년졸) 서울관광재단
최주연(중문‧17년졸) 서울관광재단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는 마스크,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린 QR코드 체크인 등. 이제는 모두 익숙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관광업계는 ‘코로나 보릿고개’라고 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에 막 입사했던 2019년, 그 시기는 관광의 황금기였다.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출장을 떠났고, 교육, 서포터즈 발대식 등 각종 행사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을 알리고 서울을 방문하게 하는 것, 그것이 재단의 궁극적 목표였다.

하지만 2020년 초,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이들이 곧 지나갈 것이라 기대했던 전염병은 점차 세력을 넓혔고, 국가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감염자 수, 줄어드는 항공편 수만큼 사람들이 불안감이 커졌다. 그리고 예정돼 있던 해외 출장, 행사들이 하나둘씩 취소됐다.

 

코로나19로 여행의 의미 변화

서울, 런던, 뉴욕 랜선여행 등장

온라인이 줄 수 없는 특별한 설렘

현실 여행 즐기는 그날이 오기를

관광재단 또한 큰 변화를 맞이했다. 평생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재택근무를 하게 됐고, 당연히 실물로 제출해야만 했던 서류들도 간소화됐다. 온갖 행사들은 메일 하나로 마무리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행사에 앞서 참가인원에 맞는 장소를 대관하고, 다과와 회의 자료를 준비했던 직원들은 간단한 촬영 장비와 작은 공간을 마련하기만 하면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재단의 MICE팀은 ‘버추얼 서울’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각종 국제회의와 기업 회의를 진행했다. 굳이 비행기를 타고 현장에 가지 않아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비즈니스 상담을 할 수 있고, 홍보물을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두 달에 한 번 해외 출장을 떠나야 했던 직원들은 각자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부정적인 팬데믹 상황이 업무의 효율화를 끌어낸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악화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호텔, 여행사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업계 종사자들은 직업을 잃었다. 정부와 회사 차원에서 제도를 마련해도 모든 기업, 사람들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했다. 심지어 규모가 작은 업체의 경우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 어쩌다 연락이 닿으면 서로 깊은 한숨만 푹푹 내쉬며 답이 없는 상황을 탓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도가 필요했다. 대부분의 사업은 핵심 타깃을 내국인으로 전환하거나 혹은 관광업계, 관광업 종사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모했다. 비대면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커다란 축이었다. 서울의 멋진 풍경을 실감 나는 VR 영상으로 제작하는 등 이른바 ‘랜선 여행’ 콘텐츠가 시리즈별로 나왔다. 비단 서울만이 아니었다. 런던, 뉴욕, 도쿄 등 세계적인 도시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기 바빴다. 더욱 현장감이 넘칠수록, 더욱더 생생할수록 반응이 뜨거웠다.

“굳이 비싼 돈, 시간 낼 필요 없잖아.” “직접 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지.”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여행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포함한 재단 직원들에게 큰 숙제를 안겨 주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교통편 티켓을 끊지 않아도,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도 되는 비대면 관광이 주축이 된다면, 결국 기존의 관광은 극소수의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될 것인가? 그리고 이 생각들은 결국 이 질문으로 당도하게 된다. “과연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능가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없다”이다. 코로나19와 함께한 지 어언 2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이 가능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 온라인은 결코 오프라인을 능가할 수 없다.

캐리어를 끌고 공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 비행기 안에서 목적지의 풍경을 상상하는 것, 숙소를 찾아 낯선 길을 헤매는 것, 처음 본 사람들 틈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외치는 것,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려고 가까운 상점으로 들어가는 것, 기차 시간에 늦을까 봐 조마조마해 하는 것, 집에 돌아온 후 짐을 풀고 다시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오롯이 ‘현실’ 여행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몇 년 전 여행 사진을 들여다보며 추억에 잠기고, 자신이 갈 수 있는 곳 중 가장 멀고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려 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돈과 시간을 기꺼이 내서라도 꼭 경험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에.

비록 많은 것이 변했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절반은 뚜렷한 확신, 절반은 간절한 믿음으로 바라본다. 언젠가 예전처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세계 사람들에게 직접 서울의 매력을 알릴 수 있기를. 그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최주연(중문‧17년졸) 서울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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