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움직임에 부쳐

‘가정폭력방지법(가칭)’제정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15개 여성·사회단체로 구성된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을 위한 전국연대(전국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여성의 전화(회장 신혜수)는 2월24일(토) 총회에서 올해를‘가정폭력방지법’제정의 해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사업일정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전국연대는 이달 안으로 ‘여성평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등이 준비해온 ‘가정폭력방지법’시안을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구체화시켜 5월 각 정당초청 토론회를 가진 뒤 국회에 입법청원을 낼 계획이다.

한국여성의 전화에서는 이미 성폭력특별법 제정시 가정폭력에 관한 사항을 넣을려는 운동을 벌였으나, 아내학대부분이 빠져 94년부터‘가저폭력방지법’입법 추진운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가정폭력으로 인해 살해사건이 잇따르고 아내학대·노인학대·아동학대 등 가정폭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과, 현재의 사회복지체제와 법으로는 이를 처벌하고 예방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아내학대의 실상을 살펴보면 92년에 실시된 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여성응답자(6백40명)의 45.8%가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이 수치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그러나 가정폭력 발생시 경찰에서는 가족내부의 문제로 치부해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치부해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나 상담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나마 민간단체에 유지되고 ㅇLㅆ는 부분은 재정이 부족해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씨(수석연구원)는“현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가정폭력피해자를 위한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한국여성의 전화 정춘숙 인권부장은 “형법에서 타인에게 폭력을 행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에서의‘타인’개념에는 일반적으로 남편, 아버지는 포함되지 않아 가정폭력 피해자가 법적으로 구제받기 힘든 실정이어서 실제로 여성의 전화에 상담을 요청하는 피해자 중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적으로 해결을 시도해 본 사례가 거의 없다”며 가정폭력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 은폐돼왔음을 지적했다.

특히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는 피해자들이 법적 해결을 꺼리는 이유는 현행법으로 가정폭력을 해결할 시에 가정의 해체라는 극단적인 결과만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해자를 위한 자립교육시설이 전무한 상태에서 법적 해결시의 파탄을 두려워하는 학대받는 이들은 폭력을 참고 견디는 경향이 있다.

이에‘가정폭력방지법’제정방향에 대해 여성평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찬진변호사는“남성우월적 시각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단순한 처벌법위주로 흐를 경우 기존처럼 가정의 해체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에 ‘가정폭력방지법’제정은 사회의 최소구성단위인 가정을 보호한다는 관점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며 치료법의 성격을 지녀야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현재 마련 중인‘가정폭력방지법’에는 최종적인 형사처분으로 넘기는 전단계로서 폭력발생초기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시키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한편 가해자를 교육하여 가해자로 하여금 교화될 기회를 주는 가정보호처분제도가 있다.

특히 이를 위한 피난처나 치료, 교육 제공 등의 서비스 구축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하에 두는 규정도 관건이다.

이때 죄의 정도가 심한 상습 가정폭력범은 가정보호처분절차에서 제외되고 일반형사절차로 넘어가며 이에 대한 구분 기준도 삽입될 예정이다.

‘가정폭력’개념에 대해서는 폭언 등의 정신적 학대도 포함될 수 있지만 우선 신체적 폭력을 우선으로 하되 가족구성원의 범위를 직계혈족과 배우자, 친형제 관계등으로 국한하지 않고 전배우자, 동거관계, 친족상호간 등을 포함시키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또한 노인학대와 양육권의 범위에 속한다는 인식 때문에 은폐된 아동학대 역시 아내학대만큼 비중있게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주를 이루고 있다.

가정폭력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행해지는 폭력이며 이의 해결은 가정보호를 통한 사회보호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에 가정폭력이 더 이상 사적인 영역으로 방치되는 것을 막고 현행법으로 치유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는‘가정폭력방지법’제정은 필수적이며 신중한 작업을 요한다.

정략에 좌우되어 졸속으로 제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립도 선행돼야 한다.

이는 또한 가정폭력을 암묵적으로 용인했던 기존의 인식전환과 함께 이루어질때 비로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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