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 재집권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군사적 개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정치구조와 군조직을 건설하였는데, 그 긴 시간 동안의 투자와 노력이 모래성처럼 무너졌기 때문이다.

카불 정권의 몰락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은 왜 이토록 아프가니스탄의 정부가 저항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면서 탈레반 세력에 굴복하게 되었느냐로 쏠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21세기 초반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였던 대테러전쟁과 국가건설nation-building의 무모함이었다. 전쟁을 통해 탈레반 정권을 몰락시켰지만, 곧이어 개시한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의 국가건설과 치안유지, 탈레반 소탕에 전념할 수 없었고, 그 결과 탈레반이 재건될 시간과 여지를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다. 결국, 탈레반의 계속된 테러활동과 중앙정부에 대한 방해 공작은 중앙정부의 경제재건작업에도 지장을 주면서 카불 중앙정부의 통치력과 정당성에 타격을 주었다. 결국, 탈레반은 이 통치력 공백을 활용해 가면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왔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정세판단 오류다. 미군이 철수를 너무 서둘렀으며, 탈레반 세력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능력에 대해 오판했다는 해석이다. 2020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맺어진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정은 미군의 철수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미군 철수가 가져올 아프가니스탄군에 대한 파급효과 및 탈레반 세력의 확산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군대를 양성했고 미군이 사용하던 다양한 무기를 남겨놨기에,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의지만 있다면 적어도 1-2년 정도는 충분히 탈레반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 시각이었다. 하지만, 미군의 협조가 없는 상태에서 아프가니스탄군은 미군이 남겨놓은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탈레반의 공세는 빨랐고, 아프가니스탄군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거나 도주함으로써 붕괴에 다다르게 된다.

셋째, 아프가니스탄의 내부적 문제도 지적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오랜 부족정치 중심의 전통으로 인해 중앙정부는 항상 허약한 존재였다. 그리고 중앙정부에 대한 지지 또한 공고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투명성이 결여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운영으로 인해 부패와 무능을 부채질하게 된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통치하게 되자 나타나는 국제사회의 반응 역시 각양각색이다. 혹자는 쇠퇴하고 있는 미국의 힘과 리더십에 대한 또 다른 증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이 과거와 같이 이슬람 극단세력들의 은닉처가 되고, 전 세계 테러집단들에게 자신감을 고취시키면서, 테러리즘 확산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 신장-위구르 지역의 이슬람 문제와 연계해 탈레반 수중의 아프가니스탄은 중국에게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사안은 탈레반이 가져올 아프가니스탄 내 급격한 정치·사회적인 급진 이슬람 원리주의로의 복고 가능성이다. 20년 만에 돌아온 탈레반은 국제사회에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항복한 정치인과 군인, 경찰, 공무원은 사면하겠다고 선언했고, 여성들에게도 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다. 왜냐하면, 1996년과 2001년 사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스렸던 탈레반은 잔혹한 폭력 정치로 악명을 떨쳤기 때문이다. 자국 내에 남겨진 이교도들의 흔적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던 유명 불상등 여러 문화재들을 파괴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러온 적이 있다. 또한, 엄격한 이슬람 율법 샤리아의 적용을 통해 여성의 정치, 경제, 사회적 권리를 박탈했었다. 그리고 이 사회적 규범을 활용하여 국민들에 대한 손목, 발목의 절단, 공개처형 같은 잔인한 폭력을 자행하기도 했다.

탈레반 정권하에서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누려왔던 지도자 선택의 자유, 언론의 자유, 그리고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권리는 제약을 받기 시작할 것이다.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하자 부르카의 가격이 급상승하고, 웨딩드레스 가게와 미장원이 문을 닫는 사례들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탈레반의 과거 행동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미국이 심어놓으려 했던 민주주의와 사회 내 여러 기본권은 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탈레반이 물러나 있던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여성의 권리와 기회가 괄목상대한 신장을 이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여성에게 교육에 대한 권리가 주어져, 초등교육 뿐 아니라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었고,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얼굴을 TV에 내보일 수 있었으며, 여성 장관이 배출되고, 여성 시장이 탄생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여성의 권리와 기회가 이제 위협받고 있다. 여성들이 부르카를 다시 쓰고, 남자의 동행하에서만 외출할 수 있는 숨 막히는 사회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 하나만은 결코 놓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자유의 힘이다. 부르카라는 폭력이 탈레반 치하에 살지 않았던 젊은 세대와 여성들에게 새겨진 자유의 힘만은 결코 가릴 수 없을 것이라는 희망. 이화인들이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기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을 위해 기도했으면 한다. 그들의 안전을 위해, 또 그들의 권리, 기회, 그리고 자유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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