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 있는 5월, 어린이 대공원으로 출사를 나갔다. 더운 날 필름카메라를 두 대나 메고 다녔으니 공원 구석구석에 있는 물가가 참 반가웠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남아있던 동심이 싹 사라졌다. 동화 속 장면을 따라 만든 아기자기한 집과 연꽃 조형물이 호수에 설치돼 있었지만, 벌레들이 먼저 입주했는지 물은 늪지에 가까운 탁한 빛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필름을 받았을 때 그 풍경에 제일 먼저 눈이 갔다. 잎에 맺힌 동그란 물방울들과 빛나는 수면은 현실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버거울 때, 숨겨져 있는 반짝이는 물방울들을 떠올려보자. 어쩌면 그 안에 어른의 동심을 깨울 동화처럼 행복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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