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조건 첫째, 책임감.

나이가 들수록(그래봤자 아직 20대 초반으로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이 대단해 보인다. 물론 실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우리는 실수하지 않고는 절대 살아갈 수 없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이때 얼마나 성숙한 대처를 하는지에 따라 ‘어른답냐, 어른답지 못하냐’를 결정하는 것 같다. 누가 봐도 잘못의 주체가 명확한데,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런데 이런 막무가내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생각보다 많이 보았고, 부끄럽게도 나를 돌아보니 나 또한 종종 내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보다 회피하고 변명하기가 쉽기 때문에,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책임감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해결하는 책임감. 나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하게 되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조건 둘째, 주체적인 태도.

『미움받을 용기』는 내가 인상 깊게 읽은 책 중 하나이다. 한때 베스트 셀러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제목은 한 번씩 들어봤을 것 같다. 그냥 용기가 아닌 ‘미움받을’ 용기는 어떤 용기를 뜻하는 건지 궁금해서 읽었던 책이다. 이 책에서는 타인의 기대에 맞춘 삶을 살지 말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정욕구를 부정하라고 조언한다. 책을 다 읽고 생각해보니 나는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그들에게 좋은 후배, 좋은 친구,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나를 꾸미기도 했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나를 좋게 봐줄지 고민도 했던 것 같다. 주체적인 나의 모습이 아닌 타인의 기대에 맞춘 나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고치기 어려운 습관이 되어 왔다. 내가 이런 행동, 말을 하면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같은 영양가 없는 고민을 종종 하곤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주체적이지 못한 태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사실 아직도 어렵다. 그래서 더욱 주체적인 태도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정한 어른처럼 느껴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한 일 같다. 나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연습.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가지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연습. 이론은 알아도 실천은 어렵다고 했던가. 어른이 된다는 건 아마 많은 사람에게 끊임없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 (지금보다도) 어렸을 때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좀 성숙한 인간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그것도 아닌 것 같다는 것을 점차 깨닫는 중이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과정이 나에게만 어려운 건 아닐 것이라 스스로 위안해보며,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이 있다면 “우리만 어려운 건 아닐 거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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