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이 뜸해진 지금, 대다수의 대학은 온라인 강의로 전환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또한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이전과 같은 교환 생활은 어렵게 됐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교환행을 결정한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이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1학년도 1학기를 본교에서 보내는 외국 교환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폴란드에서 한국까지, 현지에서 한국학을 배우다

3월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했던 베로니카씨. 제공=베로니카씨
3월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했던 베로니카씨. 제공=베로니카씨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University of Copenhagen)에서 온 교환학생 베로니카(Weronika Sara Marciszewska)씨는 2020년 8월 한국에 입국했다. 당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났던 상황이었지만 한국학 전공인 그에겐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한국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동아시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뒤였다. 폴란드가 고향인 베로니카씨에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 자연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던 그에게 가까운 유럽 언어가 아닌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결정은 일종의 ‘도전’이기도 했다. 

베로니카씨는 오전8시부터 10시45분까지 한국어 수업을 듣고, 그 뒤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학교 주변의 곳곳을 산책한다. 본교 근처의 박물관에 가거나 한국의 문화재를 구경하는 것도 그의 낙 중 하나다. 주로 본교 교환학생들과 매칭되는 피스버디(Peace Buddy)들과 함께 서울의 곳곳을 탐방한다.

그는 당초 한 학기만 한국에 머물 예정이었지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해 한 학기를 더 연장했다. 그는 “한국 생활을 하면서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표현과 생생한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베로니카씨는 덴마크와는 다른 한국의 커리큘럼도 교환을 연장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에서는 독창적인 생각을 해야 할 때가 많았다”며 “한국의 수업은 암기 위주이지만, 커리큘럼이 체계적이었기 때문에 준비할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학기 그는 <한국어와한국문화:기초>, <News Reporting & Writing>, <Language and Culture of Korea>의 3개 수업을 듣는다. 매주 12시간의 수업이 있는 빡빡한 과정이지만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들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더욱 넓힐 수 있었다”고 베로니카씨는 전했다.

그가 특히 만족하는 수업은 <News Reporting & Writing>이다. 수업에서는 좋은 기사를 쓰는 법에 배우고, 전 세계 뉴스에 대해 토론한다. 그는 “어렵기도 하지만 이전에 듣지 못했던 수업이기에 글쓰기가 굉장히 발전했다고 느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곧 파견 생활이 끝나가는 그는 다른 교환학생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이 있다면 제주도로 휴가를 가고 싶어요. 교환학생들과 함께 식사하고 축하하면서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을 최고로 만들고 싶어요” 

 

한국의 전통문화와 수업, 둘 모두에 만족해요

북한산으로 등산을 간 안토니아씨(왼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안토니아씨
북한산으로 등산을 간 안토니아씨(왼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안토니아씨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오랫동안 한국행을 꿈꿔왔어요”

독일 담슈공과대학(Technische Universität Darmstadt)에서 온 심리학 전공 안토니아(Antonia Lienert)씨는 2021년 2월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으로의 파견을 ‘평생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고 비유했다. 그는 새로운 관점을 얻고, 보다 독립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을 꿈꾼다.

이번 학기 안토니아씨는 <Korean Ceramics>를 수강하고 있다. 그는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내심과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며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나를 더 발전시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안토니아씨는 한국의 전통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국립 박물관에 가서 청자 유약을 바른 도자기를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북촌 한옥마을과 국립민속박물관, 수원화성도 그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들이다. 그는 “템플스테이도 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본교의 강의 시스템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이화 사이버 강의는 전반적으로 매우 잘 짜여져 있다”며 “실시간 줌(Zoom) 수업에서 교수들은 소그룹 기능을 통해 짝지어 말하는 연습을 시키거나 디지털 화이트보드에 글을 쓰는 등 도구를 잘 활용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수강중인 <인간과철학적사유>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고, 다음 강의에 질문의 답을 포함시키며 학생들과 상호작용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독일에서 오프라인 수업이 취소됐을 당시 많은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에 적응하지 못했다”며 “마케팅 선택과목에서 교수가 몇 년 전에 찍어뒀던 엄청난 양의 강의를 한꺼번에 올렸던 적이 있어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안토니아씨는 본교처럼 주 단위로 강의가 올라오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고 밝혔다. 심리적으로도 안정되고, 학업도 일관적으로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과 달라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다. 본국 학교에서는 중간시험이 없고 기말시험만 있다. 안토니아씨는 한 학기에 두 번의 시험을 치르고, 녹화강의를 제때 출석해야 하는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배운 즉시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 한국의 방식이 실제로 공부에 도움이 되고 배운 것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 학기만 있을 예정이었지만 이제 한국의 사계절을 만끽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이화 캠퍼스에서 계절의 변화를 보고,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도 지내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석사과정생으로 이화에 다시 오고 싶어요

2021년 4월 경복궁에 방문한 아이샤씨. 제공=아이샤씨
2021년 4월 경복궁에 방문한 아이샤씨. 제공=아이샤씨

말레이시아 말라야 대학교(Universiti Malaya)에서 온 교환학생 아이샤(Siti Aisyah Binti Shamsul Anuar)씨는 현재 신촌에서 방을 빌려 지내고 있다. 그가 서울에 온 건 2021년 2월이다. 다음 학기부터 논문 작성을 준비하는 그에게 이번 학기는 마지막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아이샤씨는 말라야 대학교에서 본교로 파견 온 유일한 학생이다. 그는 말라야 대학교에서 국제전략학을 전공하고 있다. 아이샤씨는 한국어 수업 외에도 본교에서도 정치사상과 국제법 기초 수업을 듣는 중이다. 그가 수강하는 <Korean Film and Media Studies>에서는 한국 영화를 보며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보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아이샤씨가 말하는 이번 학기는 ‘휴가’와도 같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모든 것이 아직 온라인 상태”라며 “비록 적은 횟수지만 대면 수업에 참석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아이샤씨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방역 수칙 준수 하에 한국의 곳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주중에는 ECC YBM열람실에서 책을 읽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홍대와 명동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의 꿈은 한국학 석사과정생으로 본교에 다시 오는 것이다. 아이샤씨는 “처음엔 결정이 충동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화에 오래 머물수록 이곳의 학습 문화에 매력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아이샤씨는 다음 학기 말레이시아에 돌아가 졸업 논문을 준비한다. 그는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에 대해 논문을 쓸 생각이다. 그는 본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북한과 남한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같은 문화와 언어를 가졌음에도 여전히 탈북자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들의 소외 현상에 대해 논문에서 다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화의 더 많은 것들을 탐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요. 고향 대학의 다른 학생들에게도 이화를 소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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