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 도토리, BGM, 미니홈피, 스킨. 이 단어들을 보고 연상되는 것이 있는가? 9n년생들은 자연스럽게 ‘싸이월드’를 떠올릴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힌 싸이월드가 최근 부활을 예고했다. 싸이월드의 사이버 머니 ‘도토리’의 환불과 데이터 복구 소식과 함께. 싸이월드의 부활은 흑역사(숨기고 싶은 과거)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반응과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겠다는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냈다.

싸이월드 같은 가상세계가 요즘에는 ‘메타버스’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정의에 따르면 ‘메타버스(Metaverse)’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확장 개념을 일컫는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최근 네이버Z의 3D 아바타 앱 제페토,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에스파, 에픽게임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활용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컨텐츠와 플랫폼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메타버스에 열광하는가? 가상세계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이루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들도 가상세계에서는 보다 손쉽게 해낼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느낀 좌절감, 열등감을 가상세계에서 극복할 수 있기에 메타버스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유튜브 컨텐츠로 대리만족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앞으로는 가상세계에서 ‘나지만 내가 아닌’ 내 아바타가 나의 욕구를 대리 충족시켜 줄 것이다. 현실의 나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내 캐릭터만큼은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이제 단순한 농담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대개 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메타버스 또한 예외는 아니다. 메타버스의 확장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할 수 있으며, 여러 페르소나로 인해 자아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의 나, 가상 세계에서의 나 중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 로그아웃 되는 순간, 우리에게 남는 것은 공허함뿐일 수 있다. 냉혹한 현실이어도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것은 결국 현실세계의 나이기 때문에,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분리는 중요하다.

메타버스의 확장이 우려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가 일상의 즐거움과 활력소가 돼줄 수도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친구들과 만나는 것처럼, 메타버스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충분하며, 인간 관계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고마운 도구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집에 놀러와!”라는 말이 가상세계 속의 우리집을 의미하게 되는 날이 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메타버스가 앞으로 우리의 생활모습과 가치관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황미선(커미·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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