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을 정방형의 틀 안에 정성스레 그려내는 이들이 있다. 이화의 ◆인스타툰 작가들이다. 본지는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해 일상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3명의 인스타툰 작가들을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만났다.

 

좌충우돌 학교생활 유쾌하게 재현하다, <약대생툰>

출처=약대생툰 인스타그램(@bott_pharm_toon)
출처=약대생툰 인스타그램(@bott_pharm_toon)

‘너무 웃겨요, 제 삶의 낙이에요’, ‘공감돼서 퍼갈게요’

<약대생툰>을 연재하는 송유빈(약학 전공 석사과정)씨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달린 댓글이다. 올해로 4년째 본교에 재학 중인 송씨는 18년 11월부터 꾸준히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있다. 12일 기준 송씨의 구독자는 3551명이다.

송씨는 수업 시간에 태블릿 PC로 몰래 그림을 그리던 중 인스타툰 연재를 결심하게 됐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재수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막연히 만화 연재를 꿈꿨다.

본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송씨는 연구실에서 쉬는 시간이나 주말을 쪼개 틈틈이 그림을 그린다. 매화 학교생활 전반에 관련된 송씨의 일화들이 소개된다. 주인공 ‘맹수’가 밤을 새우며 시험공부를 하는 모습, 본교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모습은 약대생들과 본교 재학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약학대학 교수들도 챙겨 보는 <약대생툰>은 본교 홍보 콘텐츠로 활용되기도 한다. 송씨는 “학교 이미지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음에뿌듯하다”며 “본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항상 긍정적인 댓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팔로워 수가 많아지자 악플이 달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에 송씨는 “가끔 이상한 댓글이 달리거나 메시지가 오는 경우가 있다”며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으나 점차 무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송씨는 인스타툰을 연재하며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둔다고 밝혔다. 다양한 밈(Meme)을 활용하기도 하고, 다른 웹툰 작품들을 참고하기도 한다. <약대생툰>을 떠올렸을 때 ‘웃긴 웹툰’으로 기억되는 것이 송씨의 목표다. 그는 “대학원생으로서 인스타툰 작업과 더불어 연구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소한 일상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미역이의 하루>

출처=미역이의 하루 인스타그램(@lilysanchek)
출처=미역이의 하루 인스타그램(@lilysanchek)

“추억을 잊히지 않게 남길 순 없을까?”

안은송(영문·19)씨는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미역이의 하루>를 그리기 시작했다. ‘미역이’는 안씨가 예전에 그렸던 물고기 캐릭터에 미역 머리카락을 덧붙여 만든 캐릭터다. 미역이는 수강 신청에 실패하기도 하고 실시간 강의를 들으며 졸기도 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안씨는 종종 추억을 회상하고 가족들과 이야기하곤 했다. 그는 “어느 날 가족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이 있음을 깨달았다”며  “틈틈이 일상을 기록해야겠다고 결심해 인스타툰 연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공강 시간과 주말을 활용해 콘티를 짜고 밑그림을 색칠했다. 작업은 짧으면 하루에서 길면 일주일까지 소요됐다.

안씨는 가장 마음에 드는 회차로 본교 홍보실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올린 ‘벗’ 호칭에 대한 에피소드를 꼽았다. 해당 에피소드는 본교 재학생들이 서로를 ‘벗’이라고 부르는 문화를 소개하며 ‘벗’이 우산을 씌워준 일화, 길을 찾아준 일화 등을 그렸다. 안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벗들로부터 따스함을 느낄 때가 많다”며 “따뜻한 학교 분위기를 담을수 있어 뜻깊었다”고 귀띔했다.

미역이는 안씨의 분신 그 자체지만, 실제로 안씨는 본인이 더 내성적이며 낯을 가리는 성격임을 밝혔다. 안씨는 “만화 속에서 미역이는 활발하고 ‘인싸’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실제로 저는 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미역이의 하루>의 또 다른 특징은 매 회 제공되는 영어 자막이다. 본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는 안씨는 매 컷 속 지문과 대사를 직접 영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안씨는 “넓은 독자층 확보를 위해 자막을 직접 넣고 있다”며 “전공을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안씨의 목표는 잔잔한 일상 인스타툰으로써 <미역이의 하루>를 꾸준히 연재하는 것이다. 학교생활과 병행하느라 불규칙적으로 연재해오긴 했으나, 앞으로는 주기적인 연재를 통해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매콤한 일상을 알차게 담았다, <마라툰>

출처=마라툰 인스타그램(@mara.toon)
출처=마라툰 인스타그램(@mara.toon)

짧은 앞머리를 가진 주황색 토끼가 있다. 최서영(의류산업·17)씨가 그리는 <마라툰>의 주인공이다. 최씨는 “기존에는 앞머리가 없었고 색이 연한 토끼였다”며 “좀 더 개성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앞머리를 그려 넣고 몸통을 진한 주황색으로 변경했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최씨의 <마라툰>은 네덜란드 교환학생 당시 여행에서 겪은 일들을 주제로 한 인스타툰으로 시작했다. 첫 화인 ‘암스테르담 홍등가 구경한 만화’에서 최씨는 네덜란드의 홍등가를 직접 관광한 일화를 소개한다. 이외에도 ‘모스크바에서 의사소통 안되는 만화’에서는 러시아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던 상황을 재밌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최씨는 일상을 그리는 것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친구들의 조언으로 일상 만화로 방향을 변경했다. 어색한 친구와 만나고, 인턴으로 근무하는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은 특유의 그림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강렬한 표정 묘사도 마라툰의 트레이드마크다.

인스타툰 연재에 친구들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됐다. 최씨는 “만화를 그려볼까 고민하던 시점부터 친구들이 응원을 해줬다”며 “‘마라툰’이라는 제목 구상부터 내용 구성, 그림체 수정까지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전했다.

스토리를 10컷 안에 담아내야 하는 인스타툰 특성상 최씨는 알찬 구성을 위해 끊임없이 수정을 반복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특별히 채색에 신경 쓰는 경우 이틀을 꼬박 새워 그림을 고치기도 한다”며 “마감 후에는 3, 4일간 회복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씨는 재밌게 봐주는 독자들을 위해 계속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마라툰>에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만화를 그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인스타툰: 인스타그램+카툰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연재되는 만화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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