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대학보 이지선 기자입니다.”

학보를 하는 3학기 동안 수많은 전화를 시작하는 말 한마디였다. 많을 때는 하루에 약 20번, 저 말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냈다. 그러다보니, 한번은 음식이 잘못 왔다는 말을 하기 위해 가게에 전화를 걸고 나서는 저 말을 읊은 ‘웃픈’ 경험도 있었다.

아무튼 그 정도로 입에 붙은 내 소개말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나는 더이상 기자가 아닌 한 명의 학부생으로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트북을 닫으며’ 이 글을 끝으로 학보를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학보에서의 모든 활동들이 뚜렷이 기억에 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처음으로 내 기사가 지면에 실려 발행됐던 날에 느꼈던 그 감정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첫 발행을 마치고 든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아, 진짜 기사 쓰기 싫다’였다.

기사의 책임은 기자 본인에게 있다는 그 당연한 일이, 정말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기사 최종 파일 대신 3차 수정 파일을 올린 건 아니겠지’부터 시작해서 ‘기사 내용이 왜곡된 건 아니겠지’까지. 발행 후 정정보도 요청이 오지 않은 걸 확인하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내겐 정말로 감당하기 싫은 스트레스였다.

이런 내 생각은 첫 학기 활동에 고스란히 영향을 줬다. 아무 생각 없이 적은 기획안은 킬되기 쉽상이었고, 취재에 있어서도 적극적이지 못해 마감날 해당 기사 발행을 뒤로 밀어야 할 것 같다는 변명을 구구절절 적어 국장에게 보낸 기억도 있다.

첫 학기 활동이 끝난 후 나에게는 성취감보다는 아쉬움이, 그리고 회피했다는 부끄러움이 남았다. 방학 때 동기기자들이 쓴 기사들을 읽으며 부럽다는 생각에 침대 위에서 뒤척이기도 했다.

그래서 세운 목표는 두 가지 였다. 바로 ‘학보사 기자로서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낭비하지 말자’와 ‘부담감으로부터 도망치지 말자’.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문제가 많은 목표다.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겠다는 생각보다 오직 나 자신을 위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두 가지 목표는 결국 독자들에게 좀 더 좋은 기사를 전했으면, 내 기사로 대학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이라는 바람으로바뀌었다.

나는 이 변화가 모두 기획안을 쓸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소중한 이야기들을 기꺼이 공유해준 취재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는 내가 느꼈던 것들을 온전히 독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다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총장선거 취재 당시 본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직원 선생님, 학관 기획 취재 당시 만났던, 학번과 전공은 모두 달라도 학교에 대한 애정은 같았던 이화인들, 오롯이 자기자신으로서 인정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는 본교 내 트랜스젠더 등.

그들 덕분에 기자로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구몬 숙제와 같았던 취재 기획안 제출이 점차 기다려졌고, 칸 수 채우기에 급급한 기획안이 아닌 내가 취재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찬 기획안을 제출할 수 있었다. 취재의 매력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한편, 기자 생활에 있어 나에게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은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었다. 본인 기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기사를 읽으며 함께 방향을 고민해주던 학보국 사람들, 매번 기사를 읽고 잘 읽었다고 연락 주던 친구들, 그리고 독자들.

그들이 주는 피드백은 ‘내 글이 과연 읽혀도 되는 글 혹은 읽힐 수 있는 글일까’라는 고민을 불식시켜 주는 존재들이었다. 동시에 다음 기사를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또 ‘기사에는 기록의 의미가 있기도 해요’라는 말을 가슴 속에 새기며, 무엇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지 생각했다. 나중에 이 기사를 읽을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사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방향을 잡고 기사를 써 내렸다.

그렇게 3학기 동안 약 35개의 기사들을 발행했다. 활동 기간 동안 내 우선순위는 언제나 학보였다. 그럼에도 많이 부족했다는 것에 아쉬움은 남지만, 지금까지 나의 기사를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나는 노트북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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