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은 약 30%가 아침식사를 거른다. 그 이유로는 ‘안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시간이 없어서’ 또는 ‘식사 준비가 번거로워서’였다.

식습관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회-문화적 배경도 영향을 미쳐 시대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아침식사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많이 아쉽지만, 시대별 풍조와 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과정이 재미있기에 소개하려 한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하루에 세 끼의 식사와 한 번의 간식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붕괴되고 중세 봉건 사회를 맞이하게 되면서 아침에 뭔가 먹는 것을 몹시 경계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점심과 그보다 조금 더 충실한 저녁 이렇게 두 끼면 하루 식사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사회 지도층이 흥청거리고 먹고 마시는 일에 엄청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가장 먼저 없애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육체의 모든 쾌락이 억압되었던 시기이므로 금식은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였다. 다만, 하위 계층인 농민과 육체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을 시작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했으므로 아침식사를 허락하였고, 이로써 사회계층을 구분한 셈이 되었다.

이후 수세기가 지나면서 식사시간은 계속 바뀌었다. 10세기에는 오전 9시경 그리고 15세기 중엽에는 오전 11시에 하루의 첫 식사를 시작하였다. 정해진 때에 식사하지 않는 것은 야만적인 행동이라 여겨졌으므로 기상시간과 첫 식사시간 사이가 점차 멀어지는 것은 문제가 되었다.

아침식사를 영어로 “Breakfast”라 하는데, 이는 밤 사이의 공복(night-time fast)을 깨뜨리는(break) 하루의 첫 끼니를 의미한다. 사회의 전 계층으로 아침식사가 확산되고 더 이상 아침식사를 금기하는 관습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 때는 16세기로,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생산되는 커피, 차, 초콜릿 등 카페인 음료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무렵이었다. 아침을 깨우는 환상적인 맛뿐 아니라 몸 속의 잔여물을 없애서 건강에 유익하다고 알려지면서 카페인 음료는 아침식사 메뉴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전까지 의사들은 건강한 성인은 아침을 먹지 말고 대신 가벼운 아침 산책을 하도록 권고하였다. 전날 식사한 것이 완전히 소화되기 전에 또 식사를 하는 것을 우려해서이다.

17세기에 접어들면서 아침식사 메뉴는 오늘날과 비슷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아침식사가 필요치 않다는 주장은 여전하였다. 아침식사의 황금기는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산업혁명으로 냉장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침식사 메뉴에 우유가 추가되었으며, 편리함을 위해 아침식사용 편의식품도 많이 개발되었다. 세계적 식량 위기와 연계하여 채식주의가 만연해지면서 통곡물과 과일도 아침식사 메뉴에 올라왔다.

결국 아침식사를 먹는 것은 다시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여기에 영양학 연구의 발전은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침식사는 에너지와 영양을 제공할 뿐 아니라 신진대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계속 소개되고 있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식욕 조절이 어려워져 계속되면 체중이 증가하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면에 규칙적인 아침식사는 만성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아침식사는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국가는 아침식사를 거르거나 영양적으로 부족한 아침식사를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규칙적인 아침식사는 분명하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줄 것이므로 거르지 않고 먹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복잡함과 다양함의 특징이 있으므로 아침식사의 정의도 다시 정립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시간대로 정의하는 대신 “긴 잠에서 깨어난 후 2~3시간 안에 먹는 식사”로 정의한다면 교대근무자 등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규칙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최소한 2개 이상의 식품군으로 구성한 식사”로 정의한다면 넘쳐나는 가공식품과 편의식품 중에서 아침식사와 간식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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