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 장애인의 날, 본교는 교육부 선정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5회 연속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장애학생의 주도적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운영, 장애유형별 맞춤형 교수학습 지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하지만 장애학생 도우미로 활동했던 도우미들은 프로그램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교 학생처 장애학생지원센터(지원센터)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는 ‘장애학생 도우미’ 활동이다. 본교에 재학 중인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1:1 매칭돼 장애학생의 원활한 대학생활 및 학업을 지원한다.

 

실제 활동 시간 반영 안돼

“수업시간만으로는 내용을 전부 적는 데 무리가 있어 수업을 녹음해 집에서 다시 들어야 했어요. 수업 한 교시당 3시간 정도 걸렸는데 2시간만 인정받았어요.”

송민주(수학·17)씨는 2019학년도 1학기 기계음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학생을, 2020학년도 2학기 시각장애학생을 지원했다. 수업자료를 한글파일 형태로 만들고 수업 내용을 필기했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화면 낭독기나 점자 정보 단말기는 한글파일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씨는 두 차례 도우미로 활동하는 동안 실제 활동 시간만큼 근로시간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우미는 근로장학금과 사회봉사활동 인정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활동 시간을 인정받는다. 본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2021-1학기 장애학생 도우미(국가근로장학생) 모집’ 활동 혜택에는 ‘한국장학재단 국가근로장학생으로 등록 후 월별 활동 시간에 따라 근로장학금 지급’, ‘실제 수업일 및 시간 기준으로 근로시간 환산’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월별 활동 시간인 인정받는 근로시간을 초과했다.

2020학년도 1학기 시각장애학생 수업지원 도우미 19학번 ㄱ씨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도우미 활동을 그만뒀다. ㄱ씨는 “2시간30분 분량의 녹화강의를 입력하는데 일주일에 적어도 6시간 이상이 걸렸다”며 “그러나 일주일 4시간만 인정받았다”고 털어놨다.

ㄱ씨는 활동 중간 지원센터에 필기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으나 ‘중요한 부분과 수업자료에 없는 부분만 필기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필기하면 장애학생은 ‘빠진 내용이 많다’고 해 곤혹스러웠다”고 ㄱ씨는 말했다. ‘지원센터와 장애학생 간의 소통 부족’으로 중간에서 힘들었던 ㄱ씨는 결국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장애학생과 직접 연락해 조율하는 것마저 답장이 며칠 뒤에 오는 등 힘든 점이 있었다”며 “지원센터가 장애학생의 요구와 도우미가 지원하는 정도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ㄱ씨는 과목에 따라 도우미를 두 명 이상 두거나 과목의 난이도와 언어를 고려해 활동 시간을 인정하길 바랐다. 송씨도 시급을 높이거나 실제 활동 시간만큼 인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송씨는 “추가 모집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며 “장애학생이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우미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개별 장애학생에 대한 정보 부족해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장애학생 도우미들은 장애학생에 대한 개별 정보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회성에 그치는 오리엔테이션 교육과 모호한 가이드로는 개별 장애학생의 특징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학생 수업지원 도우미로 활동하는 ㄴ씨는 “오리엔테이션 교육에서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른 지원 방법 등만을 알려 줬다”며 “담당 장애학생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 교수님이 장애학생의 장애 정도를 묻는 말에 답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활동 중인 도우미 20학번 ㄷ씨는 “도우미로 선발될 때 담당 장애학생의 장애 유형, 이름, 전화번호를 장애학생지원센터로부터 문자로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정보는 없었다.

장애학생의 정신질환을 뒤늦게 알게 된 도우미도 있었다. 2019학년도 2학기 기숙사 생활지원 도우미였던 ㄹ씨는 지체 장애학생의 생활을 도왔다. ㄹ씨는 “장애학생과 대화하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장애학생이 도우미의 역할을 벗어난 범위까지 도움을 요구해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이후 트라우마도 겪게 됐다”고 ㄹ씨는 말했다.

ㄹ씨는 “민감한 개인정보이기에 말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숙사 도우미가 장애학생의 정신질환, 장애 정도 등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ㄹ씨는 “지원센터는 개별 사항을 매칭된 장애학생과 협의하라고 했다”며 “그런데 말이 어눌하거나 정신질환을 앓는 장애학생과는 직접 소통할 때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경우 주관 기관인 지원센터가 중개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리엔테이션은 학기 초 1회, 중간평가회는 학기 중 1회 진행된다. 도우미 오리엔테이션에서 제공되는 ‘2020 장애학생 도우미 가이드’는 시각장애를 잔존시력이 극도로 제한된 ‘맹’과 시력이 남아있으나 안경을 착용해도 생활과 학업이 어려운 ‘저시력’으로 나눈다. 하지만 두 유형의 시각장애 학생을 각각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도우미들은 장애학생을 만나기 전까지 맹인지 저시력인지 등의 장애 정도를 알 수 없었고, 만난 후에도 소통이 어려워 알 수 없었다.

ㄹ씨는 “지원센터가 장애학생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장애학생과 도우미에게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공해 교육할 것”을 요구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교육부에 건의했지만 한계 있어

지원센터는 활동시간 인정 문제의 경우 교육부에 건의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원센터 고윤자 연구원은 “교과목에 따라 추가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센터도 인지하고 있다”며 “장애대학생 도우미 사업은 교육부의 지원으로 진행하기에 인건비 지급기준은 국가에서 결정된 규정에 따라 집행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또 고 연구원은 “도우미에게 장애학생의 장애 정보와 필요한 도우미 역할, 장애학생과의 의사소통 방법 등에 대해 교육한다”며 “장애학생이 불편하거나 필요한 점을 말하기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 도우미에게 분명하게 얘기하도록 여러 번 말했다”고 전했다.

이숙향 교수(특수교육과)는 “정신질환의 경우 공개 여부는 본인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만 도우미가 개별 장애학생의 요구 사항과 특성을 잘 알도록 하는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장애학생이 어떤 도우미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도우미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두에게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통 문제에 대해 고 연구원은 “장애학생과 도우미 간 소통에 차질이 있는 경우 센터가 적극적으로 중재한다”면서 “학교가 공식적으로 개입하면 작은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있어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방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지원센터의 자문을 맡아온 박승희 교수(특수교육과)는 “장애학생과 도우미 간 문제가 생길 시 잘 분석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다만 도우미도 자신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보고 지원센터에 문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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