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던 오후 다섯시부터 피우기 시작한 모닥불을 자정이 넘도록 바라봤다. ‘불멍(모닥불을 보며 멍하게 있기)’을 하는 동안 불을 지키다 보면 불이 얼마나 민감한지 느끼게 된다. 불이 꺼지지 않도록 적당한 때에 장작을 보충해야 하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은 장작을 넣어서도 안 된다. 화재 사고의 위험도 뒤따르므로 주의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불만큼 예민한 것이 또 있다. 사회의 이슈들과 마주하고 또 그것들에 반응할 때 우리는 불을 다루는 섬세함을 지녀야 한다. SNS에 올리는 글 하나, 인터넷 기사에 다는 댓글 하나가 모두 화로 속 장작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과 사실을 빙자한 거짓이 불처럼 번져가는 요즘, 민감하고 위험한 모닥불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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