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대학 사회에서는 ‘학점 퍼주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대면 강의로 인한 수업의 질 하락, 대면 시험 불가 등을 이유로 한 성적 기준 완화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학점 인플레이션을 두고 재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전공 성적 기준 본교 A학점 비율이 70%라는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본지는 단과대학(단대)별 성적 분포를 산출해 봤다.

단대별 성적 분포는 대학알리미(academyinfo.go.kr)에 공시된 2018년, 2019년, 2020년 전공별 성적분포를 기준으로 한다. 현재 본교 단대인 ▲인문과학대(인문대) ▲사회과학대학(사회대) ▲자연과학대학(자연대) ▲엘텍공과대학(공대) ▲음악대학(음대)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사범대학(사범대) ▲경영대학(경영대) ▲신산업융합대학(융합대) ▲의과대학(의대) ▲간호대학(간호대) ▲스크랜튼대학(스크랜튼대)에 속한 전공들을 바탕으로, 해당 단대 내에서 A학점 받은 학생 수를 단대 전체 학생 수로 나눠 단대별 A학점 받은 학생들의 비율을 산출했다. 수치는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학점 인플레 모든 단대에서 나타나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학년도 1학기 본교 전공수업에서 A학점을 부여한 비율은 70.4%다. 이는 A학점 비율이 55.6%였던 2019학년도 1학기와 비교했을 때14.8%p(포인트) 오른 수치다. 2018학년도 1학기는 52.4%를 기록했다. 이러한 A학점 비율 증가는 모든 단대에 걸쳐 전반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상승폭은 단대별로 최소 7.7%p부터 최대 18.2%p까지 다르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학년도 1학기와 2020학년도 1학기를 비교했을 때 A학점 비율 상승폭이 가장 큰 단대는 경영대다. 경영대는 18.2%p의 상승을 기록했다. 그 뒤를 융합대, 조예대, 사회대가 이었다. 각각 17.8%p, 17.6%p, 17.2%p 상승했다.

반면 A학점 비율 증가 정도가 가장 낮은 단대는 의대다. 의대는 7.7%p로 12개 단대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 상승폭을 보였다. 이외 스크랜튼대와 간호대가 각각 12.5%p, 13.4%p로 비교적 작은 상승폭을 보였다.

송진주(국문·18)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며 학생 간 수업 환경 차이가 심해지고 공정한 평가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성적 산출이 이뤄진 것 같다”며 “학생들에 대한 배려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승폭에도 학생 체감 달라

모든 단대에서 전반적인 학점 인플레이션이 있었지만, 여전히 단대별로 A학점을 준 비율은 다르게 나타났다. 2020학년도 1학기 A학점을 가장 많이 준 단대는 80.9%, 가장 적은 단대는 49.6%로 31.3%p 차이가 났다.

박소영(화학·18)씨는 코로나 전후의 학점 차이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마다, 학교마다 학점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달라서 문제인 것 같다”며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사를 접했을 때 위기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씨가 속한 자연대는 2020학년도 1학기 A학점 비율이 전년도에 비해 16.3%p 올랐지만, 여전히 비교적 낮은 비율인 63.5%에게 A학점을 부여했다. 이는 12개 단대 중 3번째로 낮은 수치다. 자연대는 최근 3년간 줄곧 의대, 공대, 경영대와 함께 A학점을 가장 적게 주는 4개 대학 중 하나로 나타났다.

2020학년도 1학기 A학점 비율은 의대 49.6%, 공대 63.1%, 자연대 63.5%, 경영대 66.7%를 기록했다. 특히 경영대의 경우 전년도 대비 A학점 비율 상승폭이 18.2%p로 가장 컸지만 여전히 A학점을 가장 적게 주는 4개 대학에 속했다.

한편 2020학년도 1학기 기준 A학점 비율이 높은 상위 3개 대학은 차례로 조예대, 음대, 사범대다. 각 단대의 수치는 각각 80.9%, 80.7%, 79.2%로, 2020학년도 2학기에도 3개 단대의 A학점 비율이 75% 내외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단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2학기에 접어들며 A학점 비율이 다시 감소하는 모양새가 나타났다. 2020학년도 2학기 A학점 평균 부여 비율은 약 65.4%로, 1학기와 비교해서 5%p 줄었다.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간호대의 경우 8.8%p가 하락했다.

 

코로나19 수혜라지만…

일각에서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을 두고 ‘코로나19 수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를 수혜로만 보지는 않았다. 몇몇 학생들은 해당 현상으로 대학원 진학 및 취업 시 필요한 학점 기준을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이정민(중문·18)씨는 “학점 인플레이션 정도가 대학마다, 학과마다 다른데 이와 관련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취업 시장에서는 학점 인플레이션의 덕을 크게 본 사람이 승리할 것 같다” 고 말했다.

본교 커뮤니티에서도 ‘학점 인플레이션 전에 취업 시장에 뛰어든 학생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 보는 학점 기준이 더 높아질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송씨 역시 “코로나19 전후로 학점 인플레이션에 따른 학점 차이가 발생해 학번 간 역차별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이나 대학원 진학 등에 있어 해당 사항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표 교수(화학신소재)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이전에도 교수자율평가제가 시행되며 학부 졸업생들의 평균 학점이 상승하는 추세였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수업 진행도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다만 개인적으로 대학원 입시의 경우 대학원에서 연구하겠다는 의지를 면접이나 자기소개에서 잘 나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직제가 변한 학과들의 경우, 해당 단대에 확인을 거쳐 통합해 산출했다. 일례로 건강과학대(건과대)의 간호과학부는 간호대에, 건과대의 체육과학부와 식품영양학과, 보건관리학과와 경영대의 국제사무학과는 융합대에 통합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