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버블(Filter Bubble)’,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 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

나는 무의식적으로 SNS 피드를 스크롤 할 때 맞춤형 광고들이 나타나면 멈칫하고 주시하게 된다. 처음 몇 번은 그저 내가 평소에 관심 있게 찾아본 제품들이 나온 것에 신기해하며 별 생각 없이 넘어갔다. 그런데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잠깐 이야기한 것들도 바로 광고로 뜨는 듯한 느낌이 들 때부터는 조금 무서워졌다. 한 유튜버의 마이크 도청 테스트 영상을 보고 나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정보들만 알아서 선별해주는 이 시스템이 편리하다고 생각하며 점점 수긍하게 됐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출도, 필요한 것도 줄어든 상황 속 나의 소비는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전과 같이 많은 소비를 하고 있었다. 필라테스 실력이 늘면서 운동하는 내 모습을 촬영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해, 친구들과 운동복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됐다. 그 후 내 SNS 피드에 뜬 레깅스 광고를 보고 너무 놀랐지만, 운동복이 너무 내 취향이었고 좋아 보여 자연스럽게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여전한 내 소비 행태는 휴학 후에도 매일 열심히 달려야 하는 일상 속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도 있지만, 휴대폰을 켰을 때 즉각적으로 접하게 되는 광고들이 가장 큰 이유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앞에 주어진 정보들만 받아들이는, ‘필터 버블’ 속 수동적인 소비자가 돼 있었다.

우리는 매우 자연스럽게 ‘필터 버블’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설치 후, 약관의 세부사항을 일일이 따져가며 계정 생성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휴대폰 마이크가 우리를 도청한다며 무서워하면서도 다시 큐레이션 서비스가 선별해준 정보를 들여다보게 된다. 기술의 발전과 정보의 홍수 속, 직접 검색해야 하는 귀찮음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과연 편리한 소비 환경이 우리에게 항상 긍정적 가치의 의미만 가질까? 내일부터는 좀 더 주도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소비 생활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소비자로서의 주권을 행사할 자유가 있는 우리가 되려 기업들에 휘둘리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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