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사범대의 꽃이라 불리는 교생실습 풍경을 바꿔 놨다. 본지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미뤄지며 교생실습 진행에 혼란을 겪는 재학생들의 이야기를 1597호(4월20일)에 실었다. 1년 후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된 지금, 온라인으로 학생을 만나야 하는 예비 교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각자만의 방식으로 온라인 교생 실습에 임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수업 장소 섭외부터 모닝콜까지

 스터디룸에서 수업 준비 중인 김채은씨
 스터디룸에서 수업 준비 중인 김채은씨

4월26일, 교생 실습을 나간 김채은(초교·18)씨는 초등학교가 아닌 본교 앞 스터디룸으로 출근했다. 교생 실습을 진행한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에서의 4주간의 실습이 비대면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수업 진행을 위해 김씨는 칠판과 교구를 붙일만한 공간을 직접 섭외해야만 했다. 방의 크기, 방음 정도 등을 고려해 수업을 진행할 만한 스터디룸을 3일 전 예약했다. 하지만 당일 스터디룸에 도착한 후에야 칠판에 자석이 붙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스터디룸을 빌린 교생 선생님이 먼저 도착해 상황을 알려주셨어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빨리 자석 대신 테이프로 바꿔 교구를 수정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죠.”

수업을 위해 만든 자료들은 약 20개, 예행연습을 포기하고 김씨는 교구들에 붙인 자석들을 떼고 1시간 동안 테이프를 다시 붙였다.그는 “수업 연습을 못하고 테이프 붙였던 게 아직까지도 너무 아쉽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것 자체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40분동안 강의식 수업을 진행하기 보다는 여러 활동을 통해 개념을 익히는 수업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당 수업 방식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전과 다른 아침 일정이 추가되기도 했다. 4월5일부터 16일까지 예일여자고등학교로 실습을 나간 박주은(사교·18)씨는 아침 조회시간이면 학생들에게 전화를 돌리느라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 늦잠을 잔 학생들이 화상회의 시스템 줌(Zoom)에 접속하지 않아 확인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비대면 수업이 있는 날에는 아이들이 종종 늦잠을 자서, 줌에 접속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출석 체크를 하면 조회 시간이 거의 끝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실습기간 동안 비대면 등교로 인해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그는 “비대면 조회나 종례 때 학생들의 카메라는 거의 다른 곳을 비추고 있어 소통하는 느낌보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신명여자고등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간 이지윤(사교·18)씨는 연결이 불안정한 프로그램만을 사용해 비대면 교생 실습을진행해야 했던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해당 고등학교는 보안상의 문제로 줌등의 외부 프로그램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이씨는 교육부가 권고하는 EBS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만을 사용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는 “담임선생님이 서버가 불안정한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수업을 이어나가라고 조언을 해주시기도 했다”며 “실제로 학생들의 연결이 불안정해 수업 진행까지 10분 이상 걸린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의 컴퓨터가 카메라를 지원하지않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과 상호작용이 힘들었다. 이씨는 “여러 가지 제약들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강의식으로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비대면 수업의 교수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모니터 너머, 최선의 수업을 전하기 위해

강서현씨가 비대면 수업에서 활용한 프로그램 화면 캡쳐
강서현씨가 비대면 수업에서 활용한 프로그램 화면 캡쳐

이렇듯 코로나19 속 각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재학생들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극복해가며 교생 실습을 진행했다. 이들은 본교에서 배운 비대면 교수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비대면 수업 중 부족한 부분들을 대면 수업에서 보충하며 교생실습에 적응해 나갔다.

3월22일부터 4월16일까지 4주간 성신여자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진행했던 강서현(과교·18)씨는 “비대면 수업 준비가 사실 더 익숙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교에서 수업 시연을 배우는 강의를 수강할 때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해당 수업에서 비대면 교수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3학년 때 수업 시연을 진행하는데 당시 2번의 수업 시연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본교에서 배운 비대면 교수법을 바탕으로 교생 실습에서 여러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한번은 지구의 판 구조론 수업을 맡아 진행해야 했다. 수업 방식을 고민하던 그는 게임 프로그램 ‘Gizmo’ (explorelearning.com)를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강씨는 학생들이 직접 대륙 해안선을 맞춰 판게아를 만들게 했다. 조별로 만든 판게아에 이름을 붙여 마지막에는 반 전체 학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씨는 “실시간 강의 때 꾸벅꾸벅 졸았던 내 경험을 토대로 비대면 수업은 활동 위주로 진행해 수업 참여율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구글 미트(Google meet)를 이용해 조별 활동을 진행했다”며 “여러 링크를 돌아다니며 활동 감독을 하는 점이 힘들었지만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해줘서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 이들의 노력은 학생들에게도 전해졌다. 이들 모두 “학생들에게 수업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받아 뿌듯했다”며 이번 교생 실습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학생들에게 비대면으로 이벤트를 받은 박주은씨의 컴퓨터 화면
학생들에게 비대면으로 이벤트를 받은 박주은씨의 컴퓨터 화면

특히 박씨는 교생 마지막 날 학생들에게 예상치 못한 비대면 이벤트를 받았다. 그는 대면으로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안고 마지막 인사를 위해 줌 종례에 들어갔다. 준비했던 인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선생님 감사했어요” “선생님 사랑합니다”등의 문구가 학생들의 화면에 하나씩 나타났다. 학생들이 마지막 인사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였다.

그는 “굉장히 감동적이었다”며 “짧은 2주였지만 학교가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 아닌 아이들을 지도하고 연구하는 등의 정말 많은 일들이 이뤄지는 곳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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