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는대로 풀리지 않는다 해서 여러분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유꽃비(중문·08년졸) 롯데칠성음료 주류 동부FM팀장
유꽃비(중문·08년졸) 롯데칠성음료 주류 동부FM팀장

여러분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요? 저의 20대는 사람과 술로 점철된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핵인싸’였죠. 재밌을 것 같으면 어디든 가고, 누구든 만났습니다. 짧은 치마를 즐겨 입기도 했죠. 언젠가 지하철역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숭하고 걱정된다”며 제 치마를 밑으로 끌어내리셨는데 당시 너무 당황스럽고 불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그런 걱정 어린 마음을 이해할 나이가 됐습니다.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이해하는 어리숙한 동물인가 봅니다.

제 속에 참으로 여러 마음이 공존합니다. 매일 시내 곳곳을 돌며 저희 롯데주류의 제품들이 잘 판매되는지 점검하는 게 저의 업무 중 하나입니다. 20대 친구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걸 보면 매출이 오르는 듯해 신나다가도, 일찍부터 비틀거리는 친구를 보면 별일은 없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러다 또 경쟁사 술만 연거푸 마시는 친구들을 보면 ‘(내일 아침에 숙취 없으려면) 우리 술 마시지’ 하는 얄미운 마음과 원망도 약간 듭니다.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과음하는 모습을 보면 일단 걱정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비록 꼰대 취급을 받을지라도, 저뿐 아니라 많은 기성세대가 여러분을 걱정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즐거운 술자리는 가지되 지나친 과음은 하지 말아요. 몸 상해요. 당연히 방역수칙은 지켜야겠죠?

제가 우리 그룹의 면접관으로 참여한 지 벌써 5, 6년이 다 돼 갑니다. 면접관으로 처음 참석한 날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선한 인상의 남성 면접자가 들어왔는데 긴장한 탓에 본인이 준비한 만큼 대답을 못 하는 듯했어요. 지켜보는 사람도 안타까운데, 본인 속은 오죽했을까요. 20여 분의 면접을 마무리하며 “준비했는데 말하지 못한 것이나, 면접관들에게 꼭 어필하고 싶은 게 있으면 시간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그 친구는 “저희 부모님께서…”까지 말하다 목이 멨는지 말을 멈췄습니다. 울음이 새어 나올까 봐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요즘 많이 힘들죠?”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제 말이 오히려 촉매제가 됐을까요? 그 친구가 엉엉 울었습니다. 이미 울음은 터졌는데 면접관 앞에서 이러면 안 된다 싶었는지 한 손으로 목을, 정확히는 울대를 꽉 잡고 한동안 울었습니다. 아마도 ‘힘들죠’라는 말 한마디에도 눈물을 쏟을 만큼 지쳐있었겠지요. 우리 후배분들도 어디선가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면접관으로 참석할 때마다 20대의 제가 여러분과 경쟁했다면 결코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생활도 녹록지 않았을 텐데 언제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준비하고 살았는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 안쓰러운 마음도 듭니다. 20대의 청춘(靑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빛나고 예쁜 것인데 여러분이 너무 미래만 바라보고 준비하느라 현재의 즐거움을 모두 양보하고 있을까 봐 안타깝습니다.

물론 미래는 준비해야 하지만 조급해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1, 2년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늦는다고 해서 엄청난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때론 시류에 휩쓸려 가거나 무작정 빠르게 가려고 하기보다는 설사 조금 느리더라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름길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 후배분들에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까진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가 대부분이었겠지만, 사회에 나가면 원치 않는 사람들과도 함께할 일이 많아집니다. 모두에게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책 ‘미움받을 용기’에는 ‘10명 중 1명은 날 비판하고, 2명은 나의 벗이 되고, 7명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원인은 사실 우리에게서 기인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우리가 결정할 수도, 쉽게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그런 것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내 한계 이상으로 노력하고 양보해야 할 수도 있잖아요. 모두에게가 아니라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맞지 않을까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얽매여 내가 좋아하는 것을 외면하지 마세요. 이기적으로 굴라는 의미가 아니라, 메뉴 하나를 골라도 늘 양보하기보다는 세 번 중에 한 번쯤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소리 내어 말하라는 것입니다. 살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존심이 상처 입는 순간들이 적잖이 옵니다. 나 자신을 제일 예뻐하고 사랑해주어야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회복할 수 있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힘을 충전시킬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후배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것입니다. 지금 뜻하는 바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여러분이 부족하거나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 예전 세대 몇몇 분들은 지금의 젊은이들이 ‘노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지요. 여러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상황이 좋지 않은 겁니다. 그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성세대가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이 시작하는 여러분의 자리와 몫을 만드는 게 우리의 책임이고 의무일 것입니다. 여러분과 함께할 멋진 날을 기대하며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길 바랍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여러분과 얼굴 맞대고 ‘처음처럼’ 한 잔 기울일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배꽃같이 어여쁜 우리 후배님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유꽃비(중문·08년졸) 롯데칠성음료 주류 동부FM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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